법안·예산심사 맡는 상임위
“野에 국정운영 막을 길목 줘”
與지도부 “실속 챙겼다” 반론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결과에 대해 여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법안 심사 및 처리’와 ‘정부 예산안 심사’의 길목이 되는 상임위원장을 모두 자유한국당에 내주는 바람에 자칫 야당에 발목을 잡힐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12일 통화에서 “국회 운영위원장을 확보하는 대신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까지 모두 제1야당에 내준 것은 잘못돼도 너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법사위의 월권을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것도 사실상 ‘부도수표’에 가까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한국당이 사사건건 청와대를 걸고넘어지니 운영위원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이해되지만, 야당에 국정 운영을 막을 길목을 내줬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과제 및 현안 관련 법안은 법사위에서, ‘슈퍼’라 칭할 정도로 과감한 재정확대 정책의 근간이 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예결위에서 틀어막힐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보위원장을 바른미래당에 내준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아무리 정보기관에서 나오는 정보의 수준이 예전만 못하다 해도 정보위원장은 여당이 반드시 지켜야 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상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무조건 잘한 협상이라고 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는 실속은 모두 챙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위원장과 정무위원장을 챙겨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고, 법사위가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예결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예산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만큼 야당 예결위원장이 무조건 예산안 처리를 틀어막을 수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