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형법상 직권남용 가능성
기금운용본부 독립성 회복 필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대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개입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주요 공공기관장 및 임원 인선이 ‘무늬만 공모’이고 실상은 청와대 낙점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 실장의 인사 개입이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분석과 함께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과정에서 면접권에 든 후보 3인 중 최종 1인을 선정하는 과정에 별도의 독립적인 위원회 등 조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임이사 등으로 구성된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서류 심사 등을 통해 후보 3인까지만 선정한다. 이 때문에 김성주 이사장이 인선 최종 단계에서 홀로 권한을 쥐고 장 실장 등 ‘윗선’의 지시를 수개월 간 기다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장은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로 인사 검증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한 최종 단계에 이를 검증하는 별도의 절차가 없다는 것은 투명성·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장 실장의 이번 인사 개입이 형법상 ‘직권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공모를 시작하기도 전에 인사에 직접 권한이 없는 고위직이 특정인에게 비공식적으로 지원을 권유하는 것은 ‘사실상 내정’으로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때도 인사에 권한이 없는 사람이 인사에 개입한 것은 직권남용으로 판단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원은 KT에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지인의 인사를 청탁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태 외에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낙하산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총 338개 공공기관장의 인선이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이른바 윗선의 입김이 인사에 작용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산업통상자원부나 금융위원회 등 공공기관이 많은 부처에서는 전직 공무원 혹은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의 낙점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과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등에서는 청와대의 책임 있는 조치와 국민연금의 독립성 회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8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번 개입이 과거 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르냐”며 “장 실장을 즉각 해임하고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등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규·박정민·김수민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