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파장

1000만원으로 하한선 낮추면
과세대상자 9만→40만 ‘급증’
금융사마다 문의·항의 빗발쳐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방안이 일으킨 파장이 연일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을 비롯해 정부부처 등은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신중론을 제기하는 등 조세저항 가능성 등 여론 악화에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재정특위의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수만 명에 그치는 ‘부자 증세’가 아닌 100만 명가량이 대상인 ‘중산층 증세’가 될 것이란 전망 속에 자산 관련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사들도 고객들 문의와 항의가 빗발치면서 당혹해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5일 “정부가 부자증세를 한다며 올해부터 소득세 과표가 5억 원을 넘으면 42%의 고(高)세율을 적용하는 조치에 해당하는 근로자도 2만7500명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금융소득 과세 강화는 31만 명이 새로 세금을 더 내야 하고, 이들이 2∼3인 가구 가장이라고 가정하면 적어도 60만∼100만 명이 증세 효과를 체감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관계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기존의 이자·배당소득 2000만 원 이상에서 1000만 원 이상으로 낮추면 그 대상자가 9만 명에서 40만여 명으로 늘어난다”며 “문제는 이들 중에는 부자가 아닌 평범한 서민들과 중산층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억∼5억 원 정도를 금융기관에 맡겨놓으면 금리조건에 따라 연간 이자소득이 1000만 원을 넘을 수도 있는데, 이런 저축자 중에는 서민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은퇴자 가운데는 3억∼5억 원의 퇴직금을 받아 저축해놓고 경비원으로 취직한 사람들도 있다.

또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가 심해지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세금이 늘어나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사들은 실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인하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주목하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많은 상품이 금융소득 2000만 원에 맞춰서 만들어졌는데 이제 상품 설계를 몽땅 바꿔야 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박민철·최재규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