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남북 대화 분위기에 양산이 연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진 현무-2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위쪽 사진)과 한국형 전술지대지유도탄(KTSSM) 발사 모습(아래쪽). 뉴시스·자료사진

- ‘北미사일 방어 사업’ 위기

DMZ 軍부대 신축 보류 이어
北에 잘못된 시그널 줄 수도

北스커드 등 변화 없는 상황
對北억제력 약화 우려 확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만 표명했을 뿐 핵·미사일 폐기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방부가 최근 서둘러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중단 조치에 이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3축 체계’(킬체인·대량응징보복·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사업 축소·삭감을 검토 중이어서 대북 억제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 당국은 또 “최근 안보 상황 변화”를 이유로 비무장지대(DMZ)로부터 5∼10㎞ 거리의 군부대 시설 신축공사 사업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대비용인 20조 원대의 3축 체계 예산 요구안 중 상당 부분을 삭감해 남북 경제협력 자금 마련에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2일 “2013년 국방부 정보본부는 북한이 병력의 70%, 화력의 80% 이상을 휴전선 100㎞ 이내로 전진배치한 것으로 분석했다”며 “북한이 현재 핵 폐기에 대한 의지만 표명했을 뿐, 휴전선에 전방배치한 스커드미사일과 장사정포 등 대남 위협 전력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전력화에 수년이 소요되는 국산 무기 개발사업까지 줄줄이 중단하는 것은 미래 방어력을 포기하는 것으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군 당국은 남북 평화 분위기를 반영해 향후 4∼5년간 16조5000억 원대를 투입할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킬 체인 전력 사업을 줄이는 대신 북한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에 대응한 ‘정보·감시·정찰(ISR)’ 능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군사평론가인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대표는 “평화 무드 속에 북한 장사정포 킬러 한국형 전술지대지유도탄(KTSSM) 등 북한 핵심시설 타격 전력을 줄이는 대신 대대급·사단급 무인기 등 감시·정찰 전력 예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군은 8월 예정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유예·중단 조치에 이어 최전방 부대 시설 공사까지 중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소식통은 2일 “우리 군의 작전개념상 최전방 지역 내에 있는 90∼100여 개 부대에서 올해 계획돼 있거나 내년 예산에 반영된 시설 신축공사 일정을 잠정 보류했다”고 밝혔다.

신축공사 계획이 보류된 부대들은 최전방인 DMZ에서 5∼10㎞ 떨어진 FEBA 알파(A) 지역에 있는 것들로 알려졌다. 이는 판문점 선언에 따른 ‘단계적 군축’에 대비해 최전방 부대를 뒤로 물리는 것을 염두에 둔 후속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신원식 합참 작전본부장은 “최전방 부대 후방 배치로 방어선을 남쪽으로 이동하면 유사시 파주가 최일선 방어선이 돼 수도권 방어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방위사업체 관계자는 “국방개혁 2.0이 확정되지 않고 유동성이 많아 국산 무기 연구개발 및 양산 사업 등에 차질이 우려되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