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태용(아래) 한국대표팀 감독이 28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끝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독일과의 3차전에서 후반 48분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골이 비디오판독을 통해 인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술 비난받던 신태용 감독
“獨 방심 이용 계획 적중해”

비난 세례 받는 뢰프 감독
“정말 실망스럽다” 고개떨궈

신태용(48)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지옥에서 천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독일이 자랑하는 명장 요아힘 뢰프(58) 감독에겐 박수 대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팀은 28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끝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독일과의 3차전 직후 “16강 진출에 실패해 아쉽지만, 한 줄기 희망을 봤다”고 밝혔다. 대표팀이 1, 2차전에서 모두 패하면서 신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용병술, 전술에서 모두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쇄도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우승후보 독일을 월드컵에서 꺾는 파란을 지휘했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전부터 우여곡절이 있었고 비난과 오해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신 감독은 “다들 보이는 것만 가지고 결론을 짓는다”면서 “당시 속에 있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일일이 이야기할 수 없었기에 속이 상하고 힘들었다”면서 “그러나 선수들과 함께 이겨내면 무마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독일의 3차전은 달걀로 바위 깨기에 비유됐다. 하지만 신 감독은 2연패를 장담하던 디펜딩챔피언을 제압했다. 신 감독은 “기분이 상당히 좋고 허무한 느낌도 있다”면서 “선수들에게 불굴의 투혼을 갖고 뛰자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독일이 무조건 승리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상대의 방심을 역으로 이용하자고 계획했는데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적장인 뢰프 감독도 한국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뢰프 감독은 “한국은 공격적이며 활동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역시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다”며 “미드필드에서 볼 소유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래서 한국에 쉽게 공격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뢰프 감독은 한국대표팀의 투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뢰프 감독은 “우리가 앞서가고 있었다면 더 많은 기회가 있었겠지만, 한국은 계속 전진했고 공격했다”며 “빈 곳을 찾을 수 없었고 끝까지 골을 터뜨렸다”고 인정했다.

뢰프 감독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독일을 3위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정상에 올려놓으며 세계적인 명장으로 불렸다.

독일의 한 매체는 SNS에 신 감독과 뢰프 감독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고 “한국인 여러분, 미안하지만 진짜 뢰프는 한 명뿐이에요”라는 글을 곁들였다. 뢰프 감독의 사진엔 ‘진짜’, 신 감독의 사진엔 ‘짝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둘은 닮은꼴, 비슷한 옷차림 등으로 자주 비교되고 외신은 ‘아시아의 뢰프 쌍둥이’ 등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번엔 신 감독이 진짜가 됐다. 뢰프 감독은 한국대표팀에 덜미를 잡혀 80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란 굴욕을 겪었다. 그리고 독일 언론과 팬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독일 기자들은 “오늘은 독일의 수치로 기록될 것” “너무 자만한 결과” 등의 독설을 쏟아냈다. 뢰프 감독은 “독일 축구의 암흑기가 왔다”는 질문에 대해 “암흑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꾸준하게 월드컵 4강에 올라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뢰프 감독은 “정말 실망스럽다”며 고개를 떨궜다.

독일대표팀도 충격에 빠졌다. 선수들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한국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뒤로하고 급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대표팀 단장도 인터뷰 요청에 “노, 생유”라며 거절했다.

카잔=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