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LG유플러스 5세대(5G) 체험관에서 이상근(맨 오른쪽) 유비쿼스 대표가 LG유플러스 관계자 등과 5G 기반의 드론 관제센터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유비쿼스는 LG유플러스와 5G 네트워크 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⑦ LG그룹 ‘상생 생태계’

中企와 통신네트워크 장비 협업
美시스코 밀어내고 납품 새역사
마곡지구 ‘사이언스파크’활용해
컨설팅·기술·자금 등 적극 지원

LG전자·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특화된 전방위 협력으로 순항중

“연간 매출이 1000억 원대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 기업인 미국 시스코시스템즈를 밀어내고 국내 굴지의 통신 회사에 핵심 중의 핵심 네트워크 장비 격인 ‘백본 장비’를 납품하게 된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죠.”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LG유플러스 본사 5세대(5G) 체험관에서 기자와 만난 이상근 유비쿼스 대표는 상기된 표정으로 5년 전 상황을 회고했다. 참고로, 백본 네트워크는 나무에 비유하자면 이동통신·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 등의 줄기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몸통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모든 통신 회선이 만나는 핵심 네트워크라고 보면 된다. 그만큼 기술 장벽이 높아 시스코 같은 외산 장비회사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유비쿼스는 국내 기업으론 처음으로 2013년 5월 초당 3.2테라비트(Tb)급의 데이터 양을 처리할 수 있는 백본 스위치를 개발, 국내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외산이 독식해 온 시장인 데다, 막대한 개발비마저 감당해야 해서 엄두도 내지 못했다”면서 “낮은 사양의 스위치 등을 개발해온 기술을 축적해 오긴 했지만, LG유플러스가 앞장서서 개발 방향을 제안하고 막대한 개발비와 시험 환경을 제공해 주지 않았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 백본 장비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두 회사는 이제 5G 이동통신 시대를 대비한 네트워크 장비 개발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5G의 경우에는 휴대전화의 무선 접속을 받아 주는 기지국의 송·수신 반경이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엄청나게 짧아 전국을 커버하려면 무려 10만여 개의 기지국을 둬야 한다. 이 때문에 이를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유선 네트워크 투자 비용이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게 된다.

두 회사는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에는 기존 LTE망에 사용되고 있는 유선 네트워크 장비보다 46배 더 많은 데이터 양을 10배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100Gbps급 스위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국내 기술로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는 전문업체가 많지 않을 만큼 생태계가 약화한 상황”이라면서 “이를 고려해 5G 네트워크 장비는 초기 단계부터 손을 잡고 선행해서 공동 개발을 해 왔는데, 지금은 마지막 평가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이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5G 네트워크 장비는 물론이고, 로봇·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성장 분야 전방위로 유망 신생기업(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발굴에 뛰어들고 있어 주목된다.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빨라 필연적으로 ‘상생 생태계’와 손을 잡아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는 이를 위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로 조성한 ‘LG사이언스파크’를 활용,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과 상생협력의 모태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사이언스파크 안에 중소·벤처기업과 신생기업을 위한 ‘개방형 연구공간’을 마련했는데, 여기에 입주한 해당 기업은 LG 계열사와 상승효과(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공동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컨설팅·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지도·연구 인프라 등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AI와 가상현실(VR)을 접목한 실내용 자전거 ‘버치바이크’ 개발로 최근 화제가 된 스타트업 ‘컨시던씨’를 시작으로 ‘모임소프트’ 등 중소·벤처기업의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정보기술(IT) 분야의 스타트업을 육성 중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TV, 디지털 옥외 광고판 등에 적용하고 있는 자사의 독자적인 웹 운영체제(OS)의 소스코드를 공개한 상황이다. 또 이를 활용해 음파 신호로 근거리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을 개발 중인 ‘모비두’ 등 유망 스타트업 4곳을 최종 선발해 지원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독창적인 기술과 창의력을 겸비한 창업가와 스타트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신기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Accelerating) 프로그램인 ‘드림플레이(Dream Play)’를 마련해 가동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디스플레이 디바이스 기술을 비롯해 디스플레이를 응용한 주변 기술과 관련 제조 공정·소자·부품·소재 등 분야에 적용 가능한 혁신 아이템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최대 1억 원의 초기 투자 비용과 LG사이언스파크의 인프라와 기술을 지원한다. LG유플러스는 AI, IoT 분야를 중심으로 벤처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기업용 AI 플랫폼 스타트업 ‘마인즈랩’과 함께 콜센터에 AI 챗봇 기술을 적용, 고객의 문의에 대한 실시간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고객이 채팅창에 ‘지난달 사용한 로밍 요금 알려줘’라고 입력하면 바로 해당 정보를 보여주는 식이다.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성능 향상이 가능한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텍스트 분석기술(Text Analysis)이다.

LG 관계자는 “앞으로도 로봇, AI, IoT 등 미래 신성장 사업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과 인프라를 적극 지원하는 ‘상생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