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백신연구소가 2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메르스 백신 개발을 주제로 함께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이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이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 (60)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오늘 기조연설·특별강연

- 브라이언 美 FDA 센터 국장
“작년 첫 유전자 치료제 승인
약물 개발 방식 재검토해야”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韓사회 노화·경제적 압박 직면
환자에게 더 많은 기회 줘야”

- 장병규 4차산업위 위원장
“韓 바이오 강국 도약 하려면
바이오·IT 기업간 협력 필수”

“21세기 최대 혁신이 생물학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현재 그의 예견대로 바이오와 정보통신기술(ICT) 간의 융합이 활발하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글로벌 석학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의 건강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람 중심의 바이오 경제가 과학 발전을 통해 각종 첨단 의약품 개발은 물론, 환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개인별 맞춤의학을 통해 질환을 정확하게 예방하는 등 보건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란 의미다.

바이오 경제의 미래 청사진이 비단 산업계의 풍요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류 삶의 질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2018(GBC 2018)’ 기조연설과 특별강연에서는 이러한 분석과 전망이 집중적으로 강조됐다.

◇진화하는 바이오 생태계 = 머리 에이킨 아이큐비아(IQVIA) 휴먼데이터사이언스 수석 부사장은 특별강연에서 “인체 과학에 대한 이해 제고, 인체 데이터 이용 가능성 증진 및 데이터 과학 발전을 통해 우리는 더 발전된 바이오 경제와 인류 건강 개선을 위한 새로운 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인체 데이터 과학의 바탕을 이룰 수 있으며, 질병과 건강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큐비아는 의약품 데이터 통계 분석 및 컨설팅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에이킨 부사장은 “인체 데이터 과학은 또한 전 보건 시스템의 혁신을 이끌 수 있으며, 이해관계자 및 관계 당국이 보건 시스템 향상 및 건강 데이터, 디지털 헬스와 바이오의약품 과학 발전을 선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윌슨 브라이언 미국 식품의약국(FDA) 생물학적 제제 평가 및 연구센터(CBER) 조직·첨단 제제(OTAT)국장은 기조연설에서 치료제 분야 청사진을 밝혔다. 브라이언 국장은 “끊임없는 과학의 발전으로 유전자 치료 개발 역시 나날이 진보하는 상황”이라며 “FDA도 지난해 처음으로 세 가지 유전자 치료제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대해 유전자 치료 분야의 성장과 오랜 연구 끝에 이뤄낸 과학 발전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이언 국장은 “지금은 과학자, 연구자, 규제기관 담당자들이 이러한 제품들의 개발에 대한 종전의 접근을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라며 “특히 첨단 과학 시대를 맞아 우리는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더욱 효과적인 약물 개발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기조연설을 통해 바이오시밀러가 불러온 변화를 소개했다. 서 회장은 “모든 사람에게는 건강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의료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 사회는 노화·경제적 압박과 사회적·경제적 양극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제약산업 패러다임은 환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계속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력은 협력과 규제 개선 =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바이오기술(BT)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을 위하여’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나라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장 위원장은 “한국은 고급 인재풀, 전 국민 건강보험으로 축적된 많은 양의 데이터, 임상경쟁력 등 바이오 분야에서 높은 잠재력이 있다”며 “한국이 이러한 잠재력을 토대로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바이오산업과 IT산업 간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기술이 융합돼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BT와 IT의 융합은 필연적”이라며 “이미 애플, 구글, IBM 등 IT 기업들은 활발히 바이오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장 위원장은 “의료 민영화라는 오해, 경직적인 각종 규제 등은 바이오산업 활성화에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 소장은 “미래 보건의료의 핵심인 정밀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 해석이 중요하고, 특히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과 질병의 특성을 고려해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한다”며 “대규모 유전체 정보와 임상 정보, 생활정보를 통합해 분석하면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찾을 수 있고 환자 개인별 예측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이를 위해서는 병원에 있는 통합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제약사 머크의 나집 세핫 생명과학 사업부 규제부문 총괄책임자도 “바이오의약품 제조 기술 혁신은 전문가의 부재가 아닌 규제에 따른 어려움으로 정체되고, 그 결과 산업계는 제품 품질 불안정과 규제 준수의 문제를 겪고 있다”며 “최근 산업계가 의약품 품질을 향상하고 비용 절감을 가능케 하는 제조 혁신을 통해 여러 규제 개선 움직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FDA는 혁신 문화를 이끌고 규제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신흥시장에서의 활발한 규제 개선 참여가 국제 협력과 승인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