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법관 재판배제 논란

김명수, 법관5명 인사권 행사
“직위해제 해당, 법관독립위배”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법원 안팎서 비판 줄이어

檢의 하드디스크 제출요구에
“넘겨줄 권한 없다” 힘 실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이 재판업무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 법원 안팎에서 “재판 독립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이후 유독 재판업무 배제 조치가 남발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면서 “뚜렷한 혐의점이나 징계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단지 징계절차에 회부했다는 것만으로 진행하던 재판에서 손을 떼도록 만드는 건 심각한 법관독립·재판독립 침해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히려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연루된 정모 울산지법 부장판사와 김모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 박모 창원지법 부장판사 등 3명을 ‘사법연구’에 명하는 방법으로 재판업무 배제 조치를 취했다. 이민걸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차관급 법관 2명에 대해서는 지난해 5월 명해진 사법연구 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민걸·이규진 고법 부장판사의 경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저 대법원장의 재량에 따라 꼼짝없이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면서 “예를 들어 ‘당장 보름 이내로 징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니 그전까지 직무집행을 정지하도록 한다’는 것과 마냥 기한 없이 정지시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는 “모든 재판에서 기한 없이 배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직위해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관독립·재판독립을 천명하는 헌법 정신에 비춰 문제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도 “헌법 제106조 등에 따라 법관은 징계처분이 나오기 전에 정직·감봉 등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신분 보장이 돼 있는데,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사실상 직위해제에 해당하는 처분을 내렸다면 외려 대법원장이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은 관련 수사에 착수한 검찰의 하드디스크 등 제출 요구에 대해 일주일 넘게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가 이날 “자료 임의제출이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가운데, 대법원 일각에서는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만큼 법원행정처가 전임 대법원장 등이 쓰던 하드디스크 등을 검찰에 임의로 넘겨줄 권한은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