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실업난속 지원 논의 없어 관련법제정후 유턴 50곳 안돼 美·日은 적극유치 일자리 창출

과거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 방안 중 하나로 추진했던 ‘유(U)턴’ 기업 지원에 대한 논의가 정작 최악의 실업난을 겪는 현 정부에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적극적인 유턴 기업 유치와 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고 있는 미국, 일본 등 수출경쟁국가와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유턴 기업은 해외에 있던 생산시설을 국내로 되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 업체를 말한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제정한 이후 실제 국내로 돌아온 한국 기업은 50개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제정 직후인 2014년 그나마 22개가 돌아왔으나 2015년 4개, 2016년 12개로 늘다가 2017년 다시 4개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지난 5월까지 5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017년은 중국이 주중 한국 기업을 겨냥해 대대적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나섰던 해였는데도 4개 기업만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는 정부의 지원책이 기업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데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고임금과 4차 산업혁명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악조건이 체질화된 점이 불만을 산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추세는 한국 복귀를 고려하는 기업을 재차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말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발전으로 리쇼어링이 증가하는 반면, 한국은 경영환경 등의 이유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정부의 기업 복귀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와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의 유인이 결합하면서 유턴 기업이 대폭 늘어났다. 2010년부터 7년간 미국의 유턴 기업 수는 1600여 곳으로, 그중 50% 이상이 중국에서 철수했다. 유럽연합(EU)은 2016년부터 2년간 160여 개 업체가, 일본은 2015년 중 724개 업체가 본국으로 돌아왔다.

한은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리쇼어링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환경 개선이 기업의 복귀를 유도하는 데 충분하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리나라의 지원 수준이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할 뿐 적극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