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철강 관세부과 강행 맞서
버터·오렌지 주스 등에 ‘폭탄’
트럼프發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유럽연합(EU)도 미국산 땅콩버터, 오렌지주스 등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모두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휩싸였다.

21일 BBC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20일 미국의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에 맞서 오는 22일부터 28억 유로(약 3조594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EU의 관세 부과 대상에는 미국산 철강을 비롯해 땅콩버터, 크랜베리, 오렌지주스, 버번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등이 포함됐다. 관세 부과 규모는 미국이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에 상응한다. EU 28개국은 당초 오는 7월부터 보복관세를 부과할 방침이었으나 1주일가량 앞당겨 22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우리는 이런 입장에 처하게 되기를 원치 않았지만 미국의 일방적이고 정당화할 수 없는 관세 부과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내세워 EU 등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EU 등의 반발에도 5월 31일부터 실행에 옮겼다. 중국 역시 미국의 2000억 달러(약 221조54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10%) 부과 검토에 대응해 비관세장벽 강화, 위안화 절하, 미 국채 매각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의 위축을 불러온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날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무역정책 변환이 우리에게 경기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향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이유가 별로 없다”고 언급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도 “미·중 무역 갈등이 일본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 CNBC는 공화당 자금줄 역할을 해온 찰스·데이비드 코크 형제가 25일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에 반대하는 광고를 TV와 라디오를 통해 방영한다고 전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