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과 관련한 국가배상청구에 대해 상고를 포기했다. 권위주의 시대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와 관련된 국가배상소송에서 절차 지연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과거사 국가배상 패스트 트랙(Fast Track)’에 따른 결정이다.

18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와 검찰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관련 국가배상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에 비해 국가배상금이 2억5900만 원 증액됐으나 과거사 국가배상 패스트 트랙에 따라 지난 15일 상고 포기를 결정했다.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아왔던 피해자들의 신속한 피해 회복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과거사 국가배상 패스트 트랙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 국가권력의 조직적 인권침해와 관련된 국가배상소송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제도다. 자체 기준에 따라 무리한 상소 자제, 화해·조정 등 대안적 분쟁해결방법(ADR) 등을 적극 활용해 소송을 조기 종결한다는 목적으로 올해 1월 도입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사 사건에서의 판결례와 법리를 검토한 결과 이 사건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되고 항소심의 손해배상금 또한 내부 기준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면서 “패스트 트랙을 적극 활용해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던 김기설 씨가 분신자살하자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서울지검 강력부가 강 씨를 구속 기소한 사건이다.

이에 강 씨와 그의 가족들은 잘못된 필적감정 및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위법행위로 정신적 손해 등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국가·수사검사 2인 및 필적감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 항소심은 1심 6억8000만 원에서 2억5900만 원 증액된 총 9억39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임정환 기자 yom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