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일 서울서 4차회의 열려
일각선 “靑, 단기적 관점” 비판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잇따라 나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발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청와대는 파악하고 있다. 한·미 당국은 현재 2019년 이후 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 중이고, 오는 26∼27일 서울에서 4차 회의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여러 상황을 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미 당국 간 주한미군 축소나 철수에 대해 어떠한 얘기도 오간 적이 없고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주한미군의 위상이나 규모에 전혀 변동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의 필요로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게 청와대나 정부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에 근거해 한국뿐 아니라 동맹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와도 무역 분쟁을 피하지 않는 등 동맹의 공동 이해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철저히 구분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한·미 당국은 지난 3월부터 세 차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 차만 확인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은 유례없는 수준의 인상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외교가에서는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미 연합훈련 시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이 아니라 일상적인 주둔 비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약 2조 원으로 추산되며, 한국의 올해 부담액은 9602억 원이다. 한·미는 2019년 이후 분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 올해 말까지 협상을 완료해야 하는데 조만간 재개될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을 방위비 분담금 협상용으로 판단하는 청와대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동맹의 미래에 결정적 시기가 될 수 있는데 청와대가 단기적 관점에서만 한가롭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