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기업에 730억 지급 판결 파장…정부, 취소소송 낼 듯

당시 보증금 578억 우리銀 보관
150억원 추가조달 필요한 상황

관계자 “캠코 등에 청구 검토”
캠코 “당시 의사결정 주도안해”
엘리엇 소송 시 영향 미칠 듯

정부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과 관련해 이란계 가전업체 엔텍합 인더스트리얼 그룹의 대주주 일가인 다야니 가문이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에서 패소해 약 730억 원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 놓인 가운데, 비용 조달을 위해 당시 채권단에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첫 ISD 판결인 만큼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다른 ISD 소송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일 금융당국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중재판정부는 지난 6일 다야니 가문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935억 원 중 약 73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긴급 분쟁대응단 회의를 열고 취소소송 신청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신청 가능 기간은 한 달가량으로 정부는 신속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취소 소송 검토와 함께 비용 마련 방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된다. 현재 엔텍합이 낸 계약보증금(578억 원)은 일종의 ‘공탁’ 방식으로 우리은행이 보관하고 있다. 문제는 차액이다. 정부가 150여억 원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당시 채권단에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시 각각 대주주와 주채권은행이었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우리은행 등 채권단 내에서는 비용 부담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ISD 소송에 이번 판결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상전문가인 이성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첫 ISD 소송 결과이고 그 결과가 패소인 만큼 한국 정부에 대한 ‘선행 학습’ 정도의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를 상대로 ISD 소송을 예고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사례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해 막대한 피해를 봤다면서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를 추진하고 있다. 피해 요구액은 7000여 억 원에 달한다. 한 ISD 소송 전문 변호사는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문제 삼는 의혹 제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는 이번 판결로 우리 정부의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엘리엇을 도와주는 꼴이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