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화 재발방지 어떻게

‘초등 사회’ 檢定制로 전환
진상조사위는 ‘백서’ 발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8일 8개월간의 진상 조사를 마무리하고 재발 방지책과 역사교과서 발행 개선안을 권고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정권 교체 때마다 역사교과서 문제로 홍역을 치러왔다는 점에서 우선 ‘좌우 편향성’ 해소가 관건으로 꼽힌다. 교육부는 조사위원회가 제시한 ‘역사교육 공론화’ ‘역사교과서 자유발행제 확대’ 등의 권고안을 최대한 수용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역사교육 공론화를 주관하는 기구로 역사교육위원회가 설치된다. 역사교육위는 역사교육의 가치를 공론화하고, 역사교육의 지향점과 개별 주제에 대한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 또 주요 역사학회, 교사단체, 민간 시민단체, 국회, 시도 교육감협의회 등 단체와 주요 역사교육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역사교과서 발행 관련 제도와 법규도 큰 폭으로 손질될 전망이다. 국정교과서로 개발 중인 초등 사회(역사) 교과서는 검정제로 전환하며, 교육부 장관의 교과서 발행제도 결정 권한 역시 수정된다. 역사교과서 인정제와 자유발행제는 확대한다. 다양한 유형의 역사교과서를 연구하고 개발하도록 독려하자는 취지다. 교과서 검정 방침도 개선해 교과서의 다양성과 개성을 추구하기로 했다.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폐기된다. 지난 정부에서 비공개 집필로 논란이 됐던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법규상 근거가 없으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역사과 교육과정 대강화(大綱化) 원칙에 따라 교육과정을 개괄적인 형태로 제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교육부에는 별도의 역사교육 집행단위도 구성된다. 교육부 학교정책실 산하의 독립적인 분과나 민주시민교육과 내부에 역사교육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역사교육 집행단위가 마련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역사교육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교육과정·교과서 관련 단위와 협업한다.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사편찬위원회가 교육부 소속기관으로 과거 역사교과서 업무를 위임받은 사실도 문제로 지적됐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선 역사에도 정설이라는 게 있을 수 없고 다양한 의견을 두고 생각하며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과거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교육현장의 혼란이 가중됐다”며 “이념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역사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날 진상 조사의 마지막 절차로 재발 방지 차원에서 발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도 공개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과거 잘못에서 교훈을 얻고 다시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역사의 해석과 서술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시도는 다양성의 존중과 확대라는 세계적 추세와는 맞지 않고 민주주의의 헌법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