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간 인건비를 감당할 길이 없어 종업원 1명을 그만두게 했는데, 너무하다며 저를 원망하더군요. 피해를 본 이들끼리 서로 갈등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최근 50대 종업원 3명 중 1명을 해고했다. 박 씨는 4일 “배달 대행을 쓰고 있고, 나머지 인원도 줄였지만 임차료를 못 낼까 걱정”이라면서 “딸의 등록금을 모으는 아주머니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일자리를 찾을 곳이 마땅치 않다며 나를 원망해 난감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 90%’를 내세우고 있지만, 되레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영세자영업자와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 등 ‘피해자’들끼리 갈등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청와대 신문고에는 ‘주휴수당(주당 15시간 이상 근로자에 대한 수당) 지급 폐지’ ‘최저임금 미지급 강력 처벌’ 등 의견이 상반된 청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주휴수당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반대로 편의점 알바(아르바이트) 모임은 주휴수당을 보장해달라는 서명을 편의점 본사에 전달하는 등의 갈등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약 14만 명이 가입해 있는 국내 한 포털 사이트의 자영업자 카페에는 최저임금 인상 탓에 사업을 접겠다는 이들의 글이 많았다. 한편에서는 주휴수당이 부담스러워 주당 14시간 이하의 아르바이트생만 구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지면서 일명 ‘투잡’ ‘스리잡’을 하는 최저임금 근로자도 고통을 겪고 있다.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정선호(28) 씨는 “경찰 시험을 준비하며 독서실에서 일해왔는데 사장이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