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트레이드 뒷돈’ 파문

SK 제외 8개구단과 은밀거래
12차례 131억5000만원 챙겨

용병 영입 관련 ‘웃돈’ 정황
소문으로 돌던 내용 증언도

올해 후원 종료 넥센타이어
연이은 구설에 ‘속앓이’만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뒷돈’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넥센 히어로즈가 2009년부터 올해 1월까지 23차례 트레이드 중 12차례에 걸쳐 131억5000만 원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런데 각 구단의 ‘자진신고’를 통해 확인됐기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자유계약(FA)과 외국인 선수 계약과 관련한 ‘검은돈’이 오갔다는 증언도 터져 나오고 있다.

KBO 관계자는 3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각 구단이 자진 신고를 했지만 10년 전 일까지 있고, 트레이드를 담당했던 당사자들이 팀을 떠난 경우가 많아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BO가 전날 넥센 히어로즈와 트레이드한 구단의 미신고 현금 계약을 자진 보고받은 결과 SK를 제외한 8개 구단에서 금액을 축소 발표하거나(4건) 현금 트레이드 사실을 숨겼다(8건). 이번 조사가 각 구단의 자진신고에 그친 점, 각 구단이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던 점 등을 볼 때 조사 결과 건수나 금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트레이드 뒷돈 파문은 ‘구단의 부인→실체 확인→일부 시인→추가 실체 확인→추가 시인’의 과정이 반복됐다. 비정상적인 트레이드를 놓고 소문이 무성할 때마다 넥센 히어로즈와 해당 구단은 뒷돈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 28일 넥센 히어로즈가 2017년 KT, NC와 실시한 두 건의 트레이드에 현금 6억 원이 포함돼 있다는 문건이 공개되자 넥센 히어로즈는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추가 의혹은 부인했다. 그러나 자진신고에서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뒷돈은 비단 트레이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특히 FA 시장에서도 뒷돈 거래 의혹이 일고 있다. 팀을 옮기면서 받기로 한 계약 금액이 원 소속 구단이 잔류 조건으로 내건 금액과 같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FA 계약이 성사된 뒤 ‘FA 계약 시 세금 보전을 통한 추가금 지급’ ‘계약에서 드러나지 않는 기간 연장’ ‘구단 코치직 보장’ 등을 약속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외국인 선수와 계약하면서 웃돈을 얹어주는 건 일종의 관행. 이 때문에 넥센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뒷돈 파문이 불거진 김에 다른 검은돈도 파헤치고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KBO는 소극적이다. KBO 관계자는 “우선은 트레이드 관련 부분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O가 주저하면서, 넥센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뒷돈 조사와 이와 관련한 징계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검은돈과 관련한 대형사건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가 연이어 구설에 오르면서 메인스폰서인 넥센타이어의 속앓이가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010년 2월 히어로즈와 메인스폰서 협약을 맺은 이후 9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지만 올해 들어 관계가 틀어졌다. 히어로즈 구단의 이장석 전 대표가 지난 2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후, 넥센타이어는 3∼4월 후원비 지급을 중단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뚜렷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후원 중단의 이유였다. 넥센타이어는 KBO 파행을 막기 위해 5월 초 후원비 지급을 재개했지만, 이후 넥센 히어로즈 소속 박동원과 조상우의 성폭행 의혹과 뒷돈 거래 파문 등 대형 악재들이 터지고 있다. 이에 따라 넥센타이어가 올해 히어로즈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내년부터는 후원하지 않을 거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없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인스폰서의 후원 없이 자생할 순 없다.

이 전 대표가 최근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인 유상증자를 시도하며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 역시 악재다. 유상증자가 되면 지분을 놓고 이 전 대표와 반대파들 간에 다시 한 번 진흙탕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