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

“계약 당시에는 ‘슬픔의 눈물’
이번엔 ‘기쁨의 눈물’이었죠”

“이제야 비로소 자주독립 됐다
교민들 ‘감격의 눈물’ 흘렸죠”

‘빗물인가, 눈물인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새롭게 복원된 워싱턴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일대에는 비가 내렸다. 이날의 소회를 문화유산국민신탁의 김종규(사진) 이사장은 29일 이렇게 밝혔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그 감격이 가시지 않습니다. 2012년 계약하러 갔을 때는…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황량했어요. 이상재 선생 후손이 국기 게양을 하는데 왜 그리 눈물이 쏟아졌는지. 그러나 6년 전에는 ‘슬픔의 눈물’이고,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대한제국이 미국에서 자주 외교 노력을 펼친 현장인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복원돼 22일 위용을 드러냈다. 그날은 마침 조미수호통상조약(1882년)이 체결된 날이기도 하다.

“교민 여러분이 많이 오셨어요.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도 방문하게 돼 있었기에 환영도 겸한 자리였죠. 태극기를 든 교민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자주 독립이 됐다’고요. 많은 분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어요.”

국기게양식과 재개관 테이프 커팅까지 마친 오후 5시쯤 그동안의 어두운 역사를 씻어내 주기라도 하려는 듯 흐린 하늘에서 갑자기 시원스럽게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문 대통령 내외가 공사관 건물을 찾았다.

백악관에서 1.5㎞ 거리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청사는 1877년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이다. 이하영 대리공사가 1889년 2월 입주한 뒤 일제가 대한제국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1905년)까지 주미공관으로 사용됐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 직후 일제가 5달러에 사들여 미국인에게 10달러에 팔아넘기면서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이후 공사관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아프리카계 군인들의 휴양시설과 화물운수노조 사무실, 그리고 개인주택 등으로 사용돼 내부가 훼손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3년 이민 100주년을 계기로 한때 재미교포사회에서 공사관 매입 움직임이 일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정부 차원의 매입 필요성을 느끼고 문화유산국민신탁을 통해 전 소유자(티머시 젱킨스)와 협상해 2012년 10월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제에 공사관을 빼앗긴 지 102년 만에 다시 소유권을 되찾아왔다.

“많은 분이 공사관 건물을 되찾아오기 위해 노력했어요. 우리 문화유산국민신탁뿐만 아니라 이배용 한국헤리티지포럼 대표, 언론인 박보균 씨 등 각계 여러분이 환수를 위해 맹활약해 주셨습니다.”

향후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보수, 복원을 책임졌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에서 역사박물관으로 운영하게 된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 환수, 복원은 제 생애 가장 보람 있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문화유산국민신탁은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해외에서 망실돼 가는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2007년 출범한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보전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취득해서 잘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민관 협력기관이다. 국민·기업·단체·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기부·증여받거나 위탁받은 재산과 회비 등을 활용한다.

한편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해외 유출문화재 중에 건물 등 부동산은 국내 환수가 어려운 만큼 주미대한제국공사관처럼 복원해 가치가 빛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6년간의 고증·복원을 거쳐 지난 22일 재개관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 정상의 국기게양대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