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됐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포기’ 선언 직후에 김정은의 긴급 요청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요란한 겉치레 없이 핵심 문제에 집중하는 실무회담 형식도 바람직하다.

이제는 이런 변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첫째, 미·북 협상이 중대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남북관계 진도(進度)가 앞서가면 안 된다. 북핵 완전 폐기(CVID)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오는 1일 고위급회담을 재개하고, 군사당국자 회담, 8·15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등도 합의했다. 체육회담도 곧 열릴 전망이다. 북핵 문제가 다 해결된 듯 서두른다. 북핵 ‘엔드게임’이 막 시작된 시점이다. 남북관계 진전은 미·북 회담에 선행(先行)하지 말고 후행(後行)하는 게 옳다. 선(先) 북핵 해결, 후(後) 남북관계 개선은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정신이다.

둘째,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에 기초해 신속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것 같다. 다음달 13일 싱가포르에서 있을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있다. 그러나 유엔군사령부 존립 근거를 없애는 것은 물론 주한미군 명분도 약화시키게 된다.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다. 군사회담을 통해 서해 평화수역·비무장지대(DMZ) 중화기 철수 등을 추진할 경우, 한국만의 일방적 무장해제로 변질될 수도 있다.

셋째, 중재자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문 대통령의 과도한 친북(親北) 언행은 다수 국민의 눈에 거슬린다. ‘김 위원장 인기가 높아졌다’, ‘조·미 정상회담’ 표현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게 낫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측의 대변인 노릇’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안보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세상만사는 과유불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