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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성장 내세운 기재부·여당
작년 4분기 잘나오자 존속시켜
1분기 빈부격차 최악 나와 당혹
관가 “욕심 부리다가 자승자박”

‘도끼로 제 발등 찍은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

28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5월 25일 ‘2016년 소득분배’ 자료를 내놓으면서 “2017년부터 가계동향조사는 가계수지(소득 및 지출) 통계에서 가계지출 통계로 특화되어 연간주기 공표 통계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다만, 이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2017년 가계소득 통계는 한시적으로 분기별로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분기 가계소득 통계를 없애기로 했으면 즉시 실행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들에게만 별도로 자료를 제공하는 게 정상적 행정 처리였는데, 외부의 입김이 반영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통계청의 이 같은 발표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분기별 소득 통계는 2017년 4분기를 끝으로 영원히 없어질 예정이었다.

통계청은 막상 2017년 12월이 되자 “분기 소득 통계의 경우, 장기간 시계열(지난 55년간) 유지 필요성을 학계 및 정부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요청해 2018년에도 지속하기로 했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세종청사 안팎에서는 “통계청의 상부 기관인 기재부와 민주당이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분기별 소득통계를 계속 발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심지어 예산 심의 과정에서 통계청이 신청하지도 않은 대규모 예산(28억5300만 원)까지 배정하면서 통계 발표를 종용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해 4분기 소득 통계가 나온 뒤 “지난해 4분기 가계 실질소득이 9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 가장 기분 좋은 지표”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이 5.95배로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최악으로 나오면서 기재부와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올해 1분기 소득 분배 수준이 사상 최악이라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기재부와 통계청 주변에서는 ‘자승자박’(自繩自縛·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자신이 구속돼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 통계에 정통한 인사는 “통계청이 애초 계획한 대로 올해부터 분기 가계 소득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텐데, 기재부와 민주당이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큰 화를 불렀다”며 “앞으로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과거보다 훨씬 나쁘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통계의 설계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올해 나오는 가계소득 지표를 과거의 지표와 비교하는 것은 마치 사과를 배와 비교하는 것 같은 ‘바보짓’인데, 현 정부가 앞으로도 얼마나 이런 일을 계속할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