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북한은 한·미·중·러·영 기자들이 참관한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5시간여에 걸쳐 4개의 갱도 가운데 이미 방사능에 오염돼 폐쇄된 1번 갱도를 제외한 2·3·4번 갱도와 부대시설들을 순차적으로 폭파했다고 한다. 이번 폭파는 북한 정권이 대내외에 약속한 것으로, ‘미래 핵’ 개발 중단 또는 지연을 가져올 수 있는 조치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의 전면적 폐기라는 문제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쇼’에 불과하다. 북한은 이미 수십 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6차례 핵실험을 성공해 더 이상 폭발 실험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북한 핵무기연구소가 이번 폭파를 “핵 군축을 위한 과정”이라고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핵실험장 폐쇄와 무관하게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논리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와 거리가 멀다. 특히, 이번 이벤트에는 김정은이 약속한 전문가 참관이 배제돼 핵실험장이 완전히 불능화된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핵실험장은 핵 개발 과정을 분석할 수 있는 중요한 현장 증거물이었다. 그런 곳이 사전 검증이나 사찰 없이 일방적으로 폭파됐기 때문에 사실상 ‘증거 인멸’이다. 언젠가 핵무기 사찰이 이뤄질 것을 가정한다면, 핵실험장에 남아 있는 ‘핵 흔적’은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선 추후에라도 시료 추출 등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