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완성선언’ 후속조치로
보유국 입장서 美와 협상 의도
단순 군축협상 땐 회담 불투명

북한이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실시하고 대내외에 현장을 공개했지만, 진정성 있는 비핵화의 초기 조치였는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핵실험장을 폐기했으며, 향후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북한 핵무기 연구소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직후 낸 성명에서 “핵 시험장(실험장) 폐기를 통하여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기울이고 있는 공화국 정부의 주동적이며 평화애호적인 노력이 다시 한 번 명백히 확증됐다”면서도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이 재개되더라도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국과의 핵 군축 차원의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2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20년 동안 핵 군축을 얘기해 왔다”며 “북한 입장에서 미국과의 협상은 동등한 핵보유국으로서 상호 핵 군축을 얘기하는 자리지, 자기(북한)만 핵을 포기하거나 개발을 안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을 기만하면서 핵무기 일부는 폐기하고 일부는 은폐하면서 지키고자 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도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에 대해 “자신들의 핵보유국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로, 그 의미가 전부”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풍계리에서 실시한 과거 6차례의 핵실험과 함께 지난해 미국 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까지 마친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따라서 추가적인 핵실험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핵실험장을 폐기한 만큼, 이번 폐기 행사는 핵무력 완성 선언의 후속 조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벌이고자 한다면 미·북 정상회담은 재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 연구위원은 “미·북의 핵 군축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며 “지금도 북한은 그런 식으로 해보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선언은 그걸 단호하게 거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