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핵실험장 갱도 폭파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사진은 4번 갱도 폭파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美, 일단 협상 판 뒤엎은 배경

北 비핵화 의지 不信 쌓이는데
싱가포르 실무회담 불참한데다
최선희 ‘펜스 비난’ 방아쇠 당겨

‘이대론 회담성공 어렵다’ 판단
北 무례한 외교 행동에 벌주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세기의 담판’으로 기대를 모았던 6월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취소한다고 발표하자 북한이 25일 회담 개최를 다시 요청하는 등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담 취소 발표는 무엇보다 잇따른 강성발언 및 회담 취소 위협, 실무협의 불응 등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지만 중국에 대한 불만, 대통령 개인의 협상 스타일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5일 외신 및 외교·안보 전문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담 취소 배경으로는 북한의 잇따른 비난 발언 및 회담 취소 위협이 1차 원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회담이 예정대로 열려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협상 초기부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북한에 요구하면서 일괄타결 방식의 신속한 비핵화 로드맵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거듭 주장하고 회담 취소 위협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핵화 허들을 낮춰왔다. 폼페이오 장관도 “미국은 회담의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고 언급해 북한 비핵화 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 회담 취소 배경으로 작용했음을 뒷받침했다.

실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4일 담화에서 최근 폭스뉴스에서 리비아 모델을 거론하며 북한에 경고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해 ‘아둔한 얼뜨기’라고 표현하며 “조미수뇌회담(미·북 정상회담)을 재고려하는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최 부상의 비난이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앞서 북한은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백악관 대북 정책을 총괄해온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며 회담 재고려 가능성을 최초 언급했다. 당시 백악관은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한 리비아 모델 대신 트럼프 모델을 언급하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지만 일주일여 만에 트럼프 행정부 2인자 펜스 부통령을 겨냥하자 먼저 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미국의 접촉 요청에 북한이 제대로 응하지 않은 것도 취소 결정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4일 상원 외교위에서 최근 며칠간 싱가포르의 수송 및 이동계획 등에 대해 논의하자는 미국 측의 거듭된 요청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면서 회담 취소를 결정한 추가적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불만도 회담 취소에 영향을 미친 배경으로 관측된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