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인하 풍선효과
고금리 불법 사금융 쏠림 우려

문재인 정부 들어 계층 간 소득분배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취약계층의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가계부채를 옥죄는 정책의 ‘풍선효과’와 겹쳐 불법 사금융 이용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의 지난 연말 가계금융 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의 신용대출이 전체 금융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 1∼5분위 중 취약계층인 1분위 가구에서 가장 높았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신용대출은 가구당 평균 191만 원으로 전체 금융부채 899만 원 중 21.2%를 차지했다. 반면, 최상위 계층인 소득 5분위의 경우 신용대출은 1118만 원으로 전체 금융부채 9477만 원 중 11.8%에 불과했다. 소득이 낮을수록 신용등급도 낮아 안정성이 높은 다른 대출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출 상환 여력 역시 저소득층 중에서도 최하위 취약계층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 1분기 가계 소득을 5분위로 나눌 경우 1분위의 소득은 전 분기 대비 14.5% 하락하는 데 비해, 10분위로 나눌 경우의 1분위 소득은 같은 기간 21.2%가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한계에 부딪힌 일부 가구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불법 사금융으로 대출을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의 하나로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부시장 저신용자 배제규모의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하락할 경우 최소 신용 7등급 이하 저신용자 65만 명의 대부대출 이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이들 중 대부분은 고금리의 불법 사금융 대출에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