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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논란… 통상 마찰 비화 우려

“시장 경쟁 방해 장벽 걷어야”
OECD 지속적으로 권고
USTR “美기업 활동에 제약”

전문가 “국가 신인도에 타격
보호무역 공세 빌미 제공해”

이달 중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법제화하면 무더기 통상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민간 합의 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권고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만료한 품목 등에 대해 일정한 절차를 거쳐 법으로 5년 동안 대기업의 사업 참여를 추가로 제한하고 위반 시 이행 강제금(매출의 5% 이내)을 물리도록 하는 제도다.

24일 국회 및 경제·산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지난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28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산업계는 민간 합의로 정하는 중기 적합업종에 대해서도 통상 마찰 경고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법마저 이대로 제정되면 ‘통상 위험’이 현실화할 것으로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4년 ‘한국경제보고서’·2017년 ‘성장의 길-한국 보고서’ 등에서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중기 적합업종 제도에 대해) 시장 경쟁을 방해하는 진입 장벽을 걷어낼 것을 권고한다”고 지속해서 밝혀 왔다.

또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017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동반위의 활동(중기 적합업종 권고)이 미국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며 “동반위 활동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지정주체가 되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특별법으로 만들면 대·중소기업 간 민간 합의를 전면에 내세운 중기 적합업종 제도보다 통상협정 위반 문제 발생 가능성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보호대상을 법에 명시하고, 정부가 지정·관리하며, 행정명령에 따라 대기업의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등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통상 마찰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통상 전문가는 이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이대로 시행된다면 국제협정 위반으로 제소되지 않는 요행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면서 “통상협정 위반으로 제소되거나 패소할 경우 문제 국가로 낙인 찍혀 국가 신인도에 타격을 초래하고 상대국의 보호무역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미국의 안보를 이유로 한 철강제재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중소기업 보호 등을 이유로 한 특정업종 보호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