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저출산고령화포럼

“단기적 출산율 높이기 탈피
육아·돌봄체계부터 개선을
‘일하는 男, 돌보는 女’ 시각
청소년부터 교정 교육해야”

“청년 세대는 심지어 출산을 금수저들에게 노예를 공급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단기적으로 출산율을 올리는 정책에서 벗어나 ‘독박육아’ 문제부터 해소해야 합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여성가족부가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주최한 ‘남성, ‘돌봄노동’을 말한다’ 주제의 ‘제4회 저출산 고령화 포럼’에서 쏟아진 견해다. 전문가와 시민들은 저출산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성차별적 육아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놓고 백가쟁명식 토론을 벌였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출산주체인 한국 여성이 경험하는 성차별 현상, 즉 ‘독박 육아’를 문제점으로 짚었다. 정 교수는 “육아 및 돌봄체계가 해결되지 않은 청년세대는 출산이 단지 금수저에게 노예를 공급하는 행위라는 시각조차 존재한다”며 “일각에서는 저출산이 노동력의 가치를 높인다며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거 정권에서 단기적으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출산율을 끌어올리던 방식에서 탈피해 정책적으로 독박육아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 교수는 독일의 사회적 돌봄체계를 모범 사례로 소개한 후 정책적으로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개선 등 부모 단위의 돌봄체계 구축 △아버지 육아 휴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 구축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과 노동자 중심의 가족친화경영 확대 필요성을 권고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제도 표준으로서의 시민상은 ‘일하는 남성’과 ‘돌보는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상이 아니라, 일도 하면서 돌봄도 하는 남성 혹은 여성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남성, 여성의 고정적인 성 역할 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돌봄의 가치와 돌봄 경험은 청소년기에서부터 남녀 모두가 익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사회적 돌봄의 확대, 남성의 돌봄에 대한 지원 확대, 노동시장 성차별 해소 등을 통해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나고 성 평등에 기반을 둔 노동·양육 여건을 마련하는 데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결혼·출산·양육이 온전히 여성의 희생과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일과 생활 전반에서 성 평등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며 “비혼·한 부모 등 모든 가족에 대해 차별 없는 출산·양육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