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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에 의해 인간 정신이 뇌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밝혀지고 있다. 이는 우리 자신의 감각으로도 알 수 있다. 내가 있는 장소는 발바닥 쪽이 아닌 머리 쪽이다. 심장이나 배의 경우 감각은 강하지만 내가 있는 곳에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멀고 먼 옛날 우리의 조상들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짐승도 우리와 같은 느낌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동물도 그 정신은 머리, 즉 뇌에 있다는 것은 밝혀진 지 오래다. 다만 동물의 뇌에는 대뇌가 발달돼 있지 않다. 이것은 신피질이라고 하는 것으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신피질과 대비되는 것으로서 구피질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대뇌 아래쪽 시상, 간뇌, 연수 등으로 파충류뇌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파충류 시절부터 존재했다는 뜻인데 인간의 신피질은 여기에 덧씌워진 것이다. 이로써 뇌의 진화는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들의 기능을 잠깐 보자. 구피질 즉 파충류뇌는 자기확인 기능이 있고 신피질은 새로움이라는 기능이 있는바 주역으로 말하면 음양의 기능이 있다. 여기서 음의 기능을 가진 파충류뇌는 감정이나 본능이 있고 대단히 주관적이다. 이에 비해 신피질은 객관성과 이성이 있으며 새로움이나 자기부정 등의 기능이 있다. 하지만 이성적 인간이라 해도 신피질의 기능성은 아주 미미하다. 이는 인간이 자기주장만 강할 뿐 객관적 생각에서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결국 인간은 감정이나 본능을 바탕으로 구성돼 있고 여기에 이성이 조금 가미돼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영원히 다툼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각자 자기 생각이 맞는다는 것이다. 이는 인류의 앞날에 큰 불행을 예고한다. 인간은 미숙하고 주장이 강한 동물이다. 유연성이 부족하다. 이는 교육으로는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 똑같은 교육을 받아도 삐뚤게 나가는 사람이 있다. 여기서 삐뚤다는 것은 공존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게다가 인간은 세월이 갈수록 관념이 더욱 굳어져 돌처럼 단단하게 자기 자신을 구성한다. 이는 여간해서 무너지지 않는데 사람들은 이를 보고 개성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다. 개성! 이는 지나치면 안 되는 틀에 지나지 않는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군자는 하나의 틀이어서는 안 된다고. 유연성과 객관성을 가르친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승호 주역학자

사람은 옳든 그르든 자기를 형성해 놓고 이를 만물의 척도로 삼는다. 사람이 이렇게 고정된 틀을 형성해 저마다의 품성이 정해지면 이는 바로 그 사람 자체가 된다. 자유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틀에 박힌 사람은 그 품성에 따라 제멋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렇게 생긴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고 기계적인 행동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기계적이 된다. 예를 들어 취향을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들은 몇십 년이 지나도록 같은 종류의 노래만 한다. 이는 정서가 어떤 틀에 고착돼 있기 때문이다. 지식도 어떤 종류의 것에만 매달린다. 인간은 지성뿐만 아니라 감정에서도 강한 성향을 갖는다. 이는 인간을 한정하는 것이기에 좋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개성이 강하다고 칭찬한다. 개성은 누구나 있는 바이지만 그게 아주 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공자는 일찍이 개성을 끊었다고 밝히고 있다. 바로 절사(絶四)다.

개성은 감옥과 같다. 그곳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쁠 것이 없을 것 같지만 인간의 영적 성장에 문제가 된다. 인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무한한 존재가 될 수가 있는데 한 곳에 빠져 작은 나에 그치는 것이다. 그러면 그의 운명도 뻔하게 전개된다.

그 틀에 그 운명이란 식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인생을 맞이할 수 있다. 무조건 현재의 자신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버릴 것은 신속히 버리고 새로운 면모를 찾아보라는 것뿐이다. 넓은 세상(운명)을 보고자 한다면 감옥(자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역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