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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시간끈다” 지적하다
“최저임금위로 논의 되돌려야”
재계 “최저임금위로 갈 경우
산입범위 확대 불가능할 것”

배후로 송영중 부회장 주목
盧정부 때 고용부 국장 역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배신인가?’

국회에서 진행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논의가 결렬된 가운데, 경총이 이 문제를 다시 최저임금위원회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경총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안(案)의 비현실성 등을 들어 반대 이유를 밝혔지만, 그동안 노동계의 ‘시간 끌기’를 비판해온 기존 입장을 뒤엎은 것이어서 재계와 다른 경제단체들은 ‘충격’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경총의 갑작스러운 변화의 배후로 송영중(사진) 상근부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동응 경총 전무는 지난 2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3차 전원회의에서 “오는 3월이 되면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올 것이다. 그 전에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화 작업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이른바 시간 끌기를 지적한 것이다. 그로부터 2개월 후 경총은 입장을 확 바꿨다. 이 같은 경총의 입장 변화와 관련해 재계 단체 관계자는 “방침 결정 라인의 핵심인 부회장이 바뀐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총은 각론을 문제 삼았다. 국회가 논의 중인 개정안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 등을 포함하기로 한 대목이다. 통상 기업들은 상여금을 격월이나 분기·반기 주기로 지급하고 있어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상여금 지급 시기는 기업 차원에서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그보다 양대 노총을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도 “최저임금위에서 지난해부터 8개월 동안 논의의 진전을 보지 못해 국회로 공이 넘어간 사실을 누구보다 경총이 잘 알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위로 논의를 되돌리면 산입범위 확대 자체가 오히려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총이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사회적 합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 노동단체 입김이 센 곳임을 감안한다면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비판했다.

경총 내부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연내 산입범위 확대가 물 건너갈 것이라는 현실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송 부회장이 밀어붙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입장자료 발표 등과 관련해 손경식 회장의 서명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사무국에서는 부회장이 (서명)하는데 회장님 보고를 거친다. 회장님이 노사정 협의에 들어가는 분이라 회장님이 모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김영배 전 부회장이 물러난 뒤 지난 4월 취임했다. 노무현 정부 때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장과 고용정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경총 역사상 첫 고용부 관료 출신 상임 부회장이다.

방승배·이관범·김윤림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