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제37회 아시아경마회의가 열린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14∼17일 호주, 영국 등 12개 경마선진국이 참여한 총 39개의 말산업 관련 홍보 전시 부스가 운영됐다. 한국마사회 제공

- 41개국, 협조체제 구축키로

불법사이트 운영자 강력 단속
‘말 복지’ 심도 있게 의견 교환

환태평양 경마 시행국의 정보 교류와 경마 발전을 논의하기 위해 14∼17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진행된 제37회 아시아경마회의(ARC)에서 주최국인 한국을 비롯해 호주, 홍콩 등 41개 참가국은 ‘불법 도박 근절’ ‘유전자 도핑 대책’ ‘말 복지’ 등과 관련, 유기적 협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윤재력 한국마사회 건전화추진본부장은 17일 폐막에 앞서 “이번 아시아경마회의에서 참가자들은 ‘혁신·협력·변화’를 주제로 6개 분과로 나뉘어 불법 도박, 도핑, 말 복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며 “앞으로 국가 간 정보 교류 및 인적 네트워크 구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마연맹(ARF) 소속 ‘불법도박근절 태스크포스(TF)’ 활동이 앞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참가국들은 불법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국가별 협력관계 구축 등에 합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합법적 베팅보다 불법 도박이 2배 규모로 증가하는 원인으로 합법적 시장이 부족한 점, 첨단기술과 다양한 미끼상품이 활용되는 점, 온라인 도박이 가속화되는 점 등이 지적됐다.

특히 일본의 경우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자금 세탁 등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호주에서 자금세탁 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인 오스트랙은 베팅 기관이 불법 도박이 의심되는 데도 신고하지 않거나 늦게 신고할 경우 과다한 벌금을 물린다.

참가국들은 또 유전자 도핑의 위험성을 공유하면서 도핑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기로 했다. 유전자 도핑이란 기존 도핑처럼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게 아니라 근육을 강화하거나 지구력을 늘리는 유전자를 세포에 이식하는 것이다.

데루아키 도자키 일본 경주마이화학연구소 분석관은 “유전자치료제의 발전은 중요하겠지만 유전자 도핑은 철저한 통제가 요구된다”며 “유전자 도핑을 검출하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나타샤 해밀턴 호주 말유전자연구소 소장은 “유전학 분야의 혁신이 경주마의 경주능력 향상에 사용될 경우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전자치료제와 유전자 도핑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경마연맹(IFHA) 산하 유전자도핑방지소위원회는 유전자 도핑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말 복지와 관련,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홍콩 경마를 관장하는 홍콩자키클럽의 사례는 주목을 받았다. 홍콩자키클럽은 말의 복지를 전담하는 관리자와 담당관,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 패널을 두고 복지 전략을 수립한다.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말이나 기수들의 부상 회복을 담당하고 경주마가 은퇴 후 승용마 등으로 순치, 조련되도록 경력을 관리한다. 홍콩의 경주마는 1200마리이며 이 중 35%에 해당하는 400∼450마리 정도가 매년 퇴역한다. 홍콩은 서울의 1.8배 면적에 불과하기에 퇴역마 수용이 공간상으로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수출, 조련을 통한 승용마 전환 등을 꾀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호주는 경주마의 출산부터 은퇴까지의 포괄적 이력추적 프로그램을 도입, 은퇴 이후 행선지에 대해서도 관리한다. 영국에서는 경주마 건강 관리를 위해 심박수 모니터, 심전도 측정 앱, 가속도계, 체온측정용 알약, 산소센서, 휴대용 내시경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현장에서 사용한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