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中 이유 ‘김정은 지시’ 밝혀
IT·농업·사회간접시설 등 시찰
中 통한 경제건설 구상하는 듯

미국의 비핵화에 대한 경제적 보상안에 거부감을 표시한 북한이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 학습 의지를 밝히면서 향후 미·북 정상회담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중국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계획을 구상 중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북한이 구체적인 경제건설 청사진을 아직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미·북 대화 추이에 따라 미국의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친선참관단장인 박태성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16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면담에서 “중국의 경제건설과 개혁개방 경험을 학습하기 위해 중국에 왔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번 방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임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도 “쌍방(북·중)이 당과 국가 건설에서의 경험을 교류하고 단결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참관단은 14일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중관춘 과학원 문헌정보중심, 15일 중국 농업과학원 작물과학연구원, 16일 철도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베이징시 기초시설투자유한공사를 각각 시찰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경제적 보상에는 강력히 반발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6일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0일 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에 주력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결정한 북한이 중국과의 연대를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의 경제 지원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는 것은 협상력 강화 차원의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북한이 주장하는 주체화, 정보화, 과학화 등 경제건설 방법을 보면 경제를 아직 잘 모르고 원조를 미국에서 받을지 중국에서 받을지 청사진도 그리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