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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화 가치 12일 동안 18%↓
구제금융 요청 소식도 효과없어
신흥국 통화위기 이어질까 촉각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가 14일 하루 만에 8% 이상 폭락하면서 신흥국 통화 위기 조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페소·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8% 이상 급락해 달러당 24.98페소까지 치솟았다. 페소화 가치는 최근 12일 동안 18% 하락했다. 액면가 1달러짜리 100년 만기 채권은 86센트로 하락했고 아르헨티나 관련 펀드 가격도 2% 이상 떨어졌다. 아르헨티나 금융시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IMF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의 공통된 목표는 신속한 결론을 내는 것”이라며 “오는 18일 비공식 이사회를 열고 아르헨티나 긴급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는 구제금융 협상에 6주가량이 소요된다.

앞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IMF에 300억 달러(32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4월 27일 27.25%였던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40%까지 끌어올려 페소화 급락에 대응했지만 통화가치 하락이 계속되자 구제금융 협상에 나선 것이다. 현재 IMF에 대기성 차관(재정개혁 이행을 전제로 회원국에 제공하는 단기 대출) 방식의 금융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에서 화폐가치 급락, 인플레이션 폭등 등 통화 위기 조짐이 나타나며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신흥국은 부채 만기가 짧고 부채비용 증가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축 여건에 가장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신흥국 위기가 미국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다음 달 금리 인상에는 지장이 없어도, 신흥국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 연말까지 남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에는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8일 스위스에서 “글로벌 요인들이 대내적 금융 여건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은 종종 과장된다”며 선을 긋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