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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도 높은 시기 역풍 부담
野풍자땐 편향성 논란 우려
용인않는 사회 풍토도 영향

“요즘 정치 풍자 코미디가 또 사라졌네요.”

한 방송사 예능국 PD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각종 토크쇼와 시상식 등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정치 풍자를 늘어놓는 미국, 일본 등과 달리 한국에서는 정치 풍자가 일상적이지 않다.

이 PD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회에는 여성 코미디언 미셸 울프가 연설자로 등장해 신랄한 정치 풍자와 비판을 가했다”며 “몇몇 인신 공격성 풍자가 도마 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민감한 정치적 사안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부럽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정치 풍자 코미디는 2016∼2017년 탄핵과 대선 정국 때는 활성화됐다. KBS 2TV ‘개그콘서트’와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 등에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사안에 대한 날 선 비판과 패러디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개그콘서트’의 코너 ‘퀴즈카페’가 막을 내리며 정치 풍자는 또다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1월 9번째 시즌을 마친 ‘SNL코리아’는 더 이상 제작되지 않는다.

국내 방송가에서 정치 풍자를 꺼리는 이유는 이를 용인하지 않는 정치적·사회적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퀴즈카페’에서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고 ‘가장 싫은 대통령을 고르라’(사진)고 질문을 한 것을 두고 그해 11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EBS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위원들이 편향적인 풍자라며 “힘 있는 사람을 비판해야 풍자다. 지식인이면 현재 집권한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판해야 민주주의 문명사회 선진국 방송 아니냐”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정치코미디 하지 말라는 것이야말로 헌법 정신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지상파 예능국 PD는 “정권 초기에는 정치 풍자의 강도도 약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정권 초기에는 그들을 향한 정치풍자가 역풍을 맞을 수 있고, 야당을 향한 정치풍자는 앞선 사례처럼 편향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PD는 “되짚어 보면 레임덕 현상이 오는 정권 말기나 선거를 앞둔 정권 교체 시기에 정치 풍자가 더 활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통상 정치풍자는 대통령 등 최고 권력자나 여당을 향하는데 최근에는 야당이 더 대중적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도 정치 풍자 코미디가 시들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