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병종, 바보 예수-엘리엘리라마사박다니, 170×110㎝, 화선지에 먹과 채색, 1985.

김병종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
정년 앞두고 20일까지 기념전
그림 60여점·육필원고 등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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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 년 가까이 대학에 있으면서 훌륭한 스승과 뛰어난 제자들 덕분에 가르치는 일 외에 ‘그림과 글의 밭’을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 관악로 서울대미술관(02-880-9504)에서 김병종(사진)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 교수의 8월 정년퇴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전 ‘바보 예수에서 생명의 노래까지’ 전이 열린다.

김 교수는 1983년부터 강단에 서 만 35년간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특히 40대에 ‘최연소 학장’이 돼 서울대미술관 관장을 겸하면서 미대 실기과정 박사 학위 설치 등에도 진력했다.

김병종 교수는 흔히 ‘캔버스의 시인’으로 일컬어진다. 실제로 한국 특유의 감성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했다는 그림도 뛰어나지만 그는 베스트셀러인 ‘화첩기행’을 펴낸 문인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문필을 병행해 화첩기행 외에도 모두 20여 권의 저서를 냈다.

오는 20일까지 계속될 전시에는 김 교수가 막 이름을 알리던 80년대 초반에 선보인 ‘바보 예수’ 연작부터 ‘어린 성자’ ‘숲에서’‘생명의 노래’ 등 연작, 최근작인 ‘송화분분’에 이르기까지 모두 60여 점이 전시된다. ‘화가 인생’ 데뷔작이기도 한 ‘바보 예수’는 주로 80년대의 한국 상황을 예수와 대비시켜 시대적 패러디로 그린 작품이고, 당시 신성 모독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1989년 이 전시로 미술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전시에는 200호(180×220㎝)짜리 ‘송화분분’ 연작 같은 대작도 여러 점 전시돼 눈길을 끈다. 또 전시 공간 한편에는 신문 연재 당시부터 인기를 끌었던 화첩기행 코너가 만들어져 등장했던 소품들과 육필원고가 책과 함께 전시된다.

김 교수의 작품은 국내외 많은 미술 애호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대영박물관이 그의 작품 3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화가로서는 이례적으로 유럽에서만 모두 8차례 초대전이 열렸다. 프랑스의 피악(Fiac), 스위스의 바젤, 시카고의 시카고아트페어 등 세계 3대 아트페어에 꾸준히 작품이 나왔으며 1990년대 후반 어느 해인가는 피악에 출품한 21점 중 전야제 날 19점이 팔려 미국의 천재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와 함께 ‘르피가로’지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중국 베이징(北京) 진르(今日)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현지 화단의 호평이 쏟아졌다. 2014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한 소나무 그림이 계기가 돼 만들어진 전시였다. 그의 작품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화의 집 비공개회담장에 2009년 작 ‘화려강산’이 걸리며 또 한 번 주목받았다.

“현재 전업작가로서 새 출발 선상에 서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의 갤러리와 전시를 논의 중이고, 일단 송화분분 시리즈를 중심으로 늦가을 가나아트센터에서 대작전을 열 계획입니다. 송화분분은 억센 소나무 가지와 부드러운 송홧가루를 대비시켜 음과 양 먹선과 색·점, 정중동의 새로운 생명 미학을 구현해보려 한 작품들입니다.”

이경택 기자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