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3월 상용화 서둘러
내달 장비선정…中의존 불가피
전문가 “시기조절, 산업 지켜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중국 화웨이 비상’이 걸렸다. 이대로 가면 최근 미국 등에서 ‘안보 우려’를 사온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인 5세대(G) 이동통신의 국내 장비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의 ‘고사’는 물론, 국가 통신 인프라 기술 종속과 안보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통업계 고위관계자는 14일 “정부가 서두르는 대로 내년 3월까지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려면 국내 업체가 아닌 화웨이의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차세대 이통 시장이 중국 기술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6월 4일부터 이통사들을 대상으로 5G 주파수 할당 신청을 받고 같은 달 15일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통 업계는 주파수 경매(최저입찰가 2조6000억 원), 네트워크 장비 투자 등에 총 20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한 강연에서 “5G 시장에서 한국이 ‘퍼스트 무버’가 돼야 수혜를 독차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통 업계가 상용화 일정을 맞추려면 6∼7월에는 관련 장비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화웨이가 유력한 장비 공급 업체 후보로 부상하면서 국내 업체의 최대 경쟁자로 떠올라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국내용 5G 관련 장비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기술 수준에서 화웨이에 3∼6개월 이상 뒤져있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제 표준화를 논의하는 단계라 5G 상용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면서 “5G 망 구축은 미래핵심 사업인 만큼 기술 종속 등이 우려될 경우 ‘세계 첫 상용화’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충분히 시범 서비스를 운용해 본 후 상용화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관범·권도경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