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확정됨에 따라, 앞으로 한 달은 한반도 정세의 역사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은 성사만으로도 ‘역사적’이라는 수사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좋은 결과까지 도출하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후 양측에서 흐르는 기류를 보면, 일단 긍정적 신호가 넘친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한 달 동안 또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 모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본질인 ‘북핵 폐기’를 미·북 회담에 넘겨놓은 만큼, 안보 기반을 허물 수 있는 요소가 끼어들지 않을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과 북한이 공감했다는 ‘새로운 제안’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정은과 폼페이오 장관 회동에 대한 조선중앙TV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고, 정상회담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데 높이 평가한다”면서 “만족하는 합의를 봤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0일 석방 미국인 환영사에서 “북한과 새로운 기반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하는 등 긍정적 입장을 과시하고 있다. 두 사람 표현 모두 이례적으로 ‘낙관’의 수위가 높다.

미·북 협상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배경에는, 한국을 건너뛴 미·북 직거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백악관이 10일 미·북 회담의 최우선과제가 완전한 비핵화(CVID)임을 재확인한 것을 보면, 원칙은 견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정은이 CVID에 포괄적 합의를 한 뒤 적대시 정책 철폐와 체제 보장에 집중할 경우, 한·미 연합훈련이나 주한 미군의 성격 등 동맹 관련 현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한반도 전체 비핵화’를 강조한 것을 볼 때, 핵우산 중단이 합의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의 ‘판문점 회담’ 제안도 외면당했다.

한·미 동맹은 앞으로도 최소 반세기 이상 대한민국 안보의 초석으로 변함없이 남아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오는 22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대북 공조 강화는 물론 동맹 약화 우려를 불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