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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절차 어떻게 되나

론스타·하노칼·엔텍합 이어
4번째로 ISD 절차 밟을 듯
엘리엇 요구액 낮아질수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데 대해 정부가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일단 엘리엇이 주장한 최소 6억7000만 달러(약 7180억 원)라는 손해액 산정 기준을 살펴본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로 가기 전 중재의향서 단계에서 협상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중재의향서에 손해액 산정 기준이 빠져 어떻게 금액이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확인을 위해 엘리엇 측과) 협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시기나 방법, 범위 등은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국고가 낭비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중재에 응할 가능성은 없고, ISD를 통해 시비를 가려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ISD 전 중재의향서 단계에서 협상을 마무리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특히 배상 요구 액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통해 ‘본전’은 얻은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주식 매수 단가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산정은 어렵다. 일각에서는 엘리엇 측이 자신들이 주장한 합병비율(제일모직 주식 1주 대 삼성물산 주식 1.6주)과 실제 합병비율(제일모직 1대 삼성물산 0.35) 간 차이로 3000억∼4000억 원의 추가 수익을 올리지 못했고 이를 손해액으로 판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 중재 전문 변호사는 “최소한의 근거도 없는 일방적·추상적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부가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면서 “원래 협상을 할 때는 협상 전략상 당사자들이 금액을 과도하게 청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측도 실제 ISD에 갈 경우 이보다 배상 요구 금액이 낮아질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의향서에 따른 협상 결렬로 오는 7월 ISD 절차가 시작되면 론스타(2012년), 하노칼(2015년), 엔텍합(2015년)에 이은 네 번째 사례가 된다. 론스타는 엘리엇과 같은 미국계 헤지펀드며 하노칼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의 네덜란드 자회사다. 엔텍합은 이란계 가전회사다. 론스타와 엔텍합의 ISD 절차는 현재 진행 중이다. 하노칼은 2016년 7월 ISD를 취하했다.

한편 중재의향서는 ISD를 제기하겠다는 의사에 관한 서면통보로서 ISD 제기는 중재의향서 접수 후 90일 후부터 가능하다. ISD는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다뤄진다. 국제 중재 변호사들 가운데 분쟁 당사자의 추천·협의로 꾸려지는 중재판정부가 양측 의견을 듣고 단심제로 최종 판정한다.

임정환·김리안·김수민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