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北정상회담 준비 과정

정의용, 訪美때 ‘金제의’전달
트럼프, 일부 반대에도 수락

美 비핵화 원칙 강화에 ‘난항’
北, 시진핑 만난뒤 긴장 고조

폼페이오 2차 訪北으로 반전
22일 韓·美회담서 해법 논의

북한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판가름할 ‘역사적’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날짜와 장소가 마침내 확정됐다. 지난해 잇따른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으로 전쟁 위기 목전까지 내몰렸던 한반도 정세가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 개최로 극적 변화의 전기를 맞게 됐다.

강(强)대 강(强)으로 부딪치던 미·북 관계가 변화 조짐을 보인 것은 1월 예상치 못했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발표가 단초가 됐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 기대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간 회동은 무산됐다.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싹을 틔운 것은 3월 5일 대북 특사단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면담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안보원장이 같은 달 8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서부터다. 당초 방북 성과 등을 설명하는 실무적 방미로 생각했지만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장이라는 깜짝 카드가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참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즉각 수락 의사를 밝히면서 회담 개최가 가시화됐다.

정상회담 추진이 급물살을 탄 것은 3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비밀리에 방북해 전격적으로 김 위원장과 면담하면서부터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고 이후 구체적 회담 개최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북한은 4월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통해 핵·미사일 실험 중지와 핵실험장 폐기 방침을 발표했고 기존의 핵·경제 병진 노선도 경제건설 집중 노선으로 전환했다.

회담 개최가 기정 사실화되면서 날짜, 장소 관련 관측들이 흘러나왔다. 유럽과 동남아, 몽골 등이 거론되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이후 판문점이 유력 후보지로 급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고수하며 압박을 이어가자 북한이 반발하면서 회담 조율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회담 날짜 등 발표가 지연되고 미국인 억류자 3명의 석방 예고도 빗나갔다. 이런 가운데 3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던 김 위원장이 40여 일 만에 지난 7∼8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시 주석과 만나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해 긴장이 고조됐다.

하지만 하루 뒤인 9일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으로 상황이 다시 반전됐다. 13시간 동안 평양에 체류한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회담 날짜, 의제 등을 조율하고 미국인 억류자 3명까지 동행해 미국으로 돌아왔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회담 개최 날짜와 장소를 발표했다. 방북 초청장을 받은 지 63일 만이다.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 비핵화 해법에 대한 입장 조율과 공조 강화에 나선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세기의 담판을 통해 향후 한반도의 운명을 판가름할 최종 합의를 시도한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