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기대·조언·경고

해외 주요 언론들이 6월 12일 싱가포르로 날짜와 장소가 확정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 “역사적인 회담”이라며 일제히 기대감을 나타냈다. 냉전 종식을 이끈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군축협상에서 “신뢰는 하지만 입증하라”고 했듯이 “북한이 믿을 만한 협정을 제시해도 주의하라”는 경고도 나왔다.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미·북 정상회담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고 밝히자 해외 주요 언론은 일제히 긴급 뉴스로 전하며 “역사적 만남”이라고 평했다. CNN은 “장소의 정치학”이라며 “미국 관리들이 비무장지대(DMZ)와 몽골, 싱가포르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중립적이고 수송이 가능한 거리의 장소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믿을 만한 협정을 이끌어도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벗어난 반면 북한과는 더 열심히 협상하고 있다. 그는 끔찍한, 일방적인 거래를 경멸하지만, 그는 북한에 그 어떤 대통령이 했던 것보다 미국에 큰 손해가 될 양보를 할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둘 준비를 한다면, 이는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다. 이러한 협상은 테러리스트나 인질범과 협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가디언은 이번 회담이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의 첫 면대면 만남이자 김정은의 북한 바깥 세계로의 드문 ‘입성’”이라 평하면서도 “워싱턴 정치인들은 환영함과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미국은 영원한, 입증 가능한, 철회할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헌신할 것이다. 회담에서 이것이 달성 불가능하다고 판명되면 그 체제에 최대 압력 정책을 펼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는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민주당 상원 원내사령탑인 척 슈머 원내대표가 “원래 억류되지 말았어야 할 미국인들을 북한이 돌려줬다고 해서 북한에 뭔가 돌려줘야 한다고 속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8일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한 것과 관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예행연습’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은 “싱가포르 회담을 점검하기 위해 시운전한 것”이라며 “김정은이 그가 그의 비행기 중 하나로 중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에 평양에서 3000마일(4828㎞) 정도인 싱가포르가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