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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는 작품에 앞서(이렇게 말하면 작가에게 실례이니) 작품만큼이나 그 삶으로 유명합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하지만 그의 삶은 그 어떤 작품보다 매혹적으로 말을 겁니다. 스물셋, 첫 소설로 아쿠타가와(芥川)상을 받고 등단한 그는 쓰고 싶은 작품만 쓰기 위해, 시골로 내려가 그곳에 자신을 가두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겐지 하면 소설가와 구도자의 이미지가 겹쳐 떠오릅니다. ‘작가의 작가’로 불리는, 작가의 삶 자체가 깊은 ‘덕심’을 일으키는, 삶 자체가 문학 텍스트인 작가입니다.

‘취미 있는 인생’(바다)은 평소 작가에 대해 품은 궁금증을 풀어주는 에세이입니다. 일상을 소설 쓰기에 최적화시킨 이 작가는 소설을 쓰지 않을 땐 무엇을 할까라는 궁금증입니다. 앞서 정원을 가꾸며 풀어내는 성찰(‘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이나 오토바이로 오프로드를 달린 이야기(‘세계폭주’)를 담은 에세이집이 번역, 출간되기도 했지만 이번 책은 그의 취미를 한자리에 모은 취미생활 종합편입니다.

그가 제일 먼저 소개하는 취미는 샌드백 치기입니다. 샌드백을 때리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죠. “어쨌든 나의 생활이란 어떤 핑계를 대도 붕 떠 있고 현실사회에 산다는 직접적인 느낌을 얻기 힘들다. 대인관계만 해도 극히 제한적이고 무리를 해서까지 싫은 타입과 어울릴 필요도 없다. 몇 년이든 내가 좋아하는 세계에 잠겨 있을 수 있다. 그런 날들을 반복하고 있자니, 때로는 형태를 불문하고 반응이 있는 상대가 그리워진다. 그렇다고 가까이 있는 사람을 일일이 붙들어 올 수도 없다. 이래저래 결국 샌드백이 내 상대로 가장 적합하다. 샌드백은 쓸데없이 입을 놀리지 않고 이쪽에 맞춰 반응해 주고, 아무리 험하게 다루어도 불평을 하지 않아 나를 상대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11·12쪽)

샌드백 치기와 함께 낚시, 1년에 1000편 넘게 보는 영화, 음악, 오토바이 질주 같은 비교적 일반적인 것들과 쓰레기 처리를 위한 소각로 만들기, 여러 지역의 물맛 비교하기, 새장의 새를 노리는 까치와 결투 벌이기 같은 독특한 취미도 있습니다. 그에게 취미는 일과 일 사이에 때론 일을 잊을 만큼 빠져드는 즐거움이기도 하고, 일에서 도망치기 위한 소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론 빠져들고 때론 도망치는 은신처라 해도 언제나 글쓰기로 돌아왔으니 문학을 단단히 지탱해 주는 세계이기도 합니다. 일과 취미의 균형, 요즘 유행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입니다. 책은 묻습니다. 당신에겐 당신이 즐기고, 당신을 달래주고, 삶의 균형을 잡게 해줄 어떤 취미가 있나요?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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