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이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일 평양 회동 뒤 ‘충분하고 만족할 만한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바람직한 진전을 이룬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지난 25년 동안 험난했던 북핵 줄다리기를 돌아볼 때 진도가 다소 빠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국제 제재를 허물려는 김정은이 상호 정치적 목적을 충족시킬 정도의 외양을 갖추는 외화내빈(外華內貧)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북한 기류를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에 대해 “훌륭한 회담을 진행하고 만족한 결과를 이룩한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3명을 석방하는 ‘쇼’도 했다. 북핵 폐기에 상응하는 보상 조치도 합의됐다고 봐야 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수십 년 적국이었지만 이제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발언한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북한이 수용할 만한 구체적 체제 보장 방안을 미국이 제시했을 것이다. 단기간 내에 평양과 워싱턴에 대사관을 설치하거나 상호 방문 정상회담 등 현란한 외교 쇼가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부터 회담이 열리기까지의 몇 주 동안 막바지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양측이 합의 줄거리를 잡았다고 해도 민감하고 중요한 ‘디테일’은 이 기간에 좌우될 수 있다. 미국 입장과 한국·일본 등 동북아 국가의 안보 요건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신속한 ‘영구적 핵 폐기(PVID)’라는 본질이 흐려지게 해서는 안 된다. 중·단거리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위협도 제거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요건들이 최대한 관철될 수 있도록 끝까지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