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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브라질·남아공·러시아도 통화가치 ‘뚝뚝’

美 예고대로 기준금리 인상땐
달러채무 부담에 디폴트 우려

韓은 대외건전성 ‘양호’ 판단
외국인 자본 매도 증가에 긴장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아르헨티나에 터키까지 긴급 조치에 나서며 신흥국의 외환 사정이 악화된다는 ‘6월 위기설’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내 금융 당국은 이 같은 위기론에 한국이 휩쓸릴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지만 최근 외국 투자기관들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가 많아져 안심할 순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경제 관료들과 긴급 회의를 열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리라화 폭락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터키 대통령궁은 구체적인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금융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긴급 회의를 열어, 추가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 보고 있다. 터키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4월 자금 조달 금리를 0.75%포인트 올려 13.5%로 상향했지만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10%가량 뛰어오르며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리라화 가치도 10일 현재 달러당 4.2리라대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전날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터키까지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본 이탈이 6월 중 가속될 수 있다는 ‘신흥국 6월 위기설’이 커지고 있다. 위기의 신흥국가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이들 국가의 채무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자본 유출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실제 아르헨티나와 터키 외에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도 모두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외환 위기를 겪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는 9일 달러당 3.5926헤알로, 3.5503헤알로 최근 2년 내 최고치를 찍었던 전날보다 0.83%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올 들어 헤알화 가치가 달러 대비 6.5% 이상 떨어졌다”며 “수십 년 만에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루블화도 달러당 63.2186루블로 지난 4월 6일 미국이 러시아 재벌 올리가르히에 대한 제재를 발효했던 때보다 9% 하락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이달 들어 연중 최저가를 경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화가치 하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지고, 달러 채무 상환 부담이 높아지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긴축을 시사하자 신흥 시장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던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한편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은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이유로 국내에는 신흥시장 같은 외환 위기가 오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가 많았던 외국인 자본은 최근 다시 매도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