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한 김여정 ‘北실세’ 재확인
사실상 권력1·2위 동시에 訪中

지난 7일과 8일 이틀간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중 정상회담은 베일에 싸인 채 전개된 만큼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9일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정치국 후보위원)은 이번 방문에 동행하며 북한 내 ‘실세’임을 다시 각인시켰다. 김 위원장의 3월 방중 때는 동행하지 않았던 김 부부장은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방중에 연이어 동참해 단순 선전 업무를 넘어 사실상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번 방중으로 처음 시 주석을 대면한 김 부부장은 부산하게 움직이던 남북정상회담 때와 달리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회담을 지켜봤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산책’을 연상시키던 두 정상의 파격적인 ‘해변 산책’ 때도 김 부부장이 동행했고, 두 정상이 벤치에 앉자 김 위원장 옆에 앉았다. 런민르바오(人民日報) 등 중국 매체들은 해변 산책에 대해 북·중 우호관계에 새 장을 열었다고 선전했다.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이 나란히 방중해 북한은 사실상 권력서열 1·2위가 동시에 국내를 비우는 상황이 됐다. 리설주 여사와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방문에 동행하지 않았다.

한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저우수이쯔(周水子) 국제공항에는 8일 북한 비행기 두 대가 나란히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류신(IL)-62 기종은 김 위원장이 직접 타고 온 전용기 참매1호, 다른 한 대는 고려항공 소속 수송기 IL-76이다. 수송기 동행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의 전용 의전차량인 메르세데스 벤츠 S-600을 운송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경호 문제와 함께 해외방문 시 전용차를 공수하는 미국, 러시아, 독일 등 강대국과 국제무대에서 동등한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으로 분석된다. 또 비행기를 이용한 방문으로 정상국가라는 이미지 메이킹에도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방중에서는 기차편을 이용했다.

김 위원장이 방추이다오(棒島)에서 시 주석과 회담하면서 북한은 김일성 국가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3대에 걸쳐 이곳을 방문하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