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국과 소통 앞서 中과 상의
靑 “변수 많아 모든 가능성 대비”

청와대가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사실도 중국 정부가 알려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상 간 핫라인 설치에도 김 위원장으로부터는 폼페이오 장관 방북이나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 한국 정부가 미·북의 중재자로 자리매김한 모습이지만, 기습 방중 등으로 여전히 대화의 주도권은 김 위원장이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미 백악관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대해 출발 시점에 맞춰 우리 정부에 방북 사실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양측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라인이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의 다롄(大連) 회동 사실은 중국 정부가 우리 쪽에 미리 알려왔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이 한반도 문제 운전대를 확실히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물밑 조율이 잘되고 있는 정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는 두 사안에 대해 북한 측으로부터 공식 통보는 못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27 판문점 선언’ 1항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고 명시했지만, 아직 주요 사안을 앞두고 직접적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상황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특히 정상 간 핫라인 설치로 남북 간 소통 채널이 열려 있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전략적 카드를 한국보다는 중국과 먼저 상의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도 북한 측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 등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8일 요미우리(讀賣)신문 인터뷰에서 “낙관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북 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변수가 많기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