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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설명은 나중에.’ ‘주 4회 재판하자.’

지난주 하루 걸러 열린 재판에서 검찰이 보인 태도다. 검찰은 2일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 첫 재판에서 범행의 핵심 도구인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준비가 부족한 허술한 기소에 재판장이 의아해할 정도였다.

반면 뇌물 수수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3일 첫 재판에서 검찰은 주 4회 재판을 주장하며 준비된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 재판은 변호인이 ‘검찰 수사기록을 복사하는 데만 3000만 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료가 방대하다.

법조계 안팎에서 검찰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현 정권 실세가 연루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재판에는 소홀한 반면 전 정권 재판에는 적극적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이 같은 행태를 보이기는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이 구속된 지 44일째인 지난 4일 댓글조작 사건과 연관성이 의심되는 김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사전에 통신·계좌 추적도 없는 이례적 소환조사라는 평가와 함께 면죄부 주기 소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셀프수사’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이명박 정부 시절 벌어진 ‘댓글공작’에 대한 수사는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3월 12일 경찰청에 특별수사단이 꾸려진 이후 자체 압수수색만 7차례를 진행했다.

이 같은 양측의 행태를 보면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을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국민의 시각을 이해할 수 있다. 국민은 ‘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같은 어려운 용어에는 관심이 없다. 흑묘(黑猫)든 백묘(白猫)든 권력 앞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수사 기관이 국민의 편일 뿐이다.

임정환 사회부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