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공모 핵심인사 밝혀

대선前 7개월 동안에만 수만건
李경찰청장 “드루킹 집행유예땐
추가 구속영장 신청 검토할 것”

지난해 대통령 선거 투표일 7개월 전부터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 일당이 인터넷 포털의 댓글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경찰의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늑장 수사로 증거 인멸 우려가 커지며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별검사제가 도입돼도 수사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은 대선 전인 2016년 10월부터 드루킹 일당이 조직적으로 댓글 활동을 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일당은 2016년 10월부터 대선 때까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등을 통해 수만 건이 넘는 기사에 댓글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경공모 핵심 인사는 8일 “댓글 활동 내역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지난 1월 17∼18일 댓글 추천 수 조작에 사용한 2290개(기존에 확인된 614개 포함) 아이디와 관련, 이 아이디가 대선 전부터 댓글 추천 수 조작에 사용됐는지에 대해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된 아이디의 활동 내역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서면 답변자료에서 “드루킹 등의 추가 혐의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고, 드루킹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경우 필요하면 추가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를 통해 사건의 ‘몸통’이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2월 7일부터 이미 3개월이 지나며 증거가 대부분 사라졌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특별검사가 도입되더라도 할 게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경찰 단계에서 기초 수사가 잘 안 됐기 때문에 특검을 해도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크다”면서 “적시에 기초적인 증거들이 수집돼야 했는데 특검이 나중에 뒤진다 해도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임정환·김수민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