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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떠나 심의는 하는 게
국회의 책무” 비판 목소리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에 접수된 지 30일이 넘도록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정부의 추경안을 상임위에 상정하고 심의하는 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기본적인 책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32일이 됐지만, 아직도 국회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접수에서 상정까지 걸린 기간이 이미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정부 안 국회 접수 이후 상임위 상정까지 걸린 기간이 가장 긴 사례는 지난해 추경으로 상임위에 6월 7일 회부된 뒤 7월 4일 상정돼 27일 걸렸다. 2013년(1일), 2015년(3일), 2016년(8일) 추경안의 전례와 비교해볼 경우, 최근 추경안 상정 자체에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정부 추경안을 장기간 상정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입법부가 추경안에 대해 심의·의결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행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입법부가 장기간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국회의 추경안 심의가 늦어지면서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도 표류하고 있다. 실제로 전북 군산시, 경남 통영시, 울산 등 고용·산업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대량 실업이 발생해 일부 가구는 생계 위기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휴일인 7일에도 ‘긴급 1급(차관보급) 회의’를 열어 추경안 통과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김용진 2차관과 구윤철 예산실장을 비롯한 ‘예산 총괄라인’이 비상 체제로 전환해 여야 협상이 타결되면 즉시 심의에 착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