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령여성 채용 ‘LED燈 23억 매출’…‘일자리의 빛’으로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일 황순화(왼쪽) ㈜레딕스 대표가 대전 대덕구 문평동 공장 생산 라인에서 막 생산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사회적 기업 ㈜레딕스

회사대표 장애 얻고 고용 시작
직원 16명중 31%가 취약계층
올해 매출액은 30억이상 목표
“손자 용돈까지 줄수있어 행복”

퇴직 과학자들 고문으로 영입
뛰어난 기술력·히트상품 개발
고효율 조명등 설계기술 선봬

㈜레딕스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등을 제조하는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기업이다. 대전 대덕구 문평동 제3산업단지에 아담한 2층짜리 건물에 사무실, 생산공장, 연구소 등을 운영하며 지난해 2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회적 기업으로는 드물게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며 올해 3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목표로 삼고 있다. 16명의 직원 가운데 31%인 5명이 장애인, 고령 여성 등 취약계층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레딕스에서 근무하는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 김선규 기자

지난 3일 오후 900㎡ 규모의 회사 건물에 들어섰다. 출입구부터 벽면에는 ‘사회적 기업 인증서’를 비롯한 각종 인증서가 빼곡했다. ‘강소기업 인증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확인’ ‘여성기업 인증서’ ‘장애인 기업 인증서’ 등과 갖가지 특허증들은 이 회사가 범상치 않은 기술력을 가진 회사임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연구실에는 30대 젊은 연구원이 개발 중인 제품을 테스트하느라 바빴다. 생산 라인이 설치된 작업실에 들어서니 근로자 5명이 반제품 형태의 조명 제품 모듈에 나사를 박고 PC 덮개 등을 조립하느라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여성 고령자로 취업 중인 이영옥(61) 씨는 “단순 조립과 포장을 하는 일이어서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도 고되지 않다”며 “이 나이에 정년과 무관하게 일하며 손자 용돈까지 줄 수 있어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 회사 황순화(여·55) 대표는 여성기업인으로 지난 2008년 충남 금산에서 레딕스의 전신인 ‘EDMI’를 설립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간호학과를 졸업한 평범한 여성이었지만 대기업 연구원이었던 오빠의 제안으로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황 대표는 1997년 사고로 팔을 다쳐 신체 장애를 얻은 후 사업을 하면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인연을 맺어 장애인 고용을 먼저 시작했다. 직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한 것이 계기가 돼 2012년 예비적 사회적 기업을 거쳐 2013년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형으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인의 소개로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됐습니다. 창업 초기 사회적 기업에 주는 다양한 지원을 통해 회사가 안정을 찾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상 지원제도가 없으면 대부분 생존하지 못하는데 모범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레딕스가 이런 사회적 기업 지도·계몽에 앞장서 모두가 발전·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레딕스의 경쟁력은 뛰어난 기술력이다. 황 대표는 2010년 오빠와 헤어져 독립경영에 나선 다음 해 “먼저 내가 기술을 알아야겠다”는 각오로 한밭대 산업공학과에 편입해 아들뻘 되는 학생들과 함께 뒤늦게 공학을 공부했다. 학사에 이어 석사학위까지 마치며 전문성을 높이고, 기술진을 영입할 수 있는 인맥을 다졌다. 지난 2013년부터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퇴직 과학자들을 고경력 기술고문으로 영입하고 한밭대 산업협력단과 전자통신연구소의 기술 지원을 받아 ‘히트 상품’을 잇달아 개발했다. 뛰어난 방열기술을 바탕으로 고효율 조명등 설계기술을 개발, 700g 초경량 산업등과 1㎾급 고출력등을 비롯해 다양한 LED 조명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전국 5개 발전소에 LED 투광등을 납품 중이고 인도네시아 수출도 타진하고 있다. 황 대표는 “경쟁이 치열한 LED 조명업계에서 기업을 매년 성장시킨 것은 연구·개발을 통해 특화된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포부는 100억 원 매출을 달성해 더 많은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것이다. ‘빛으로, 하나로, 세계로’라는 회사 비전대로 기업 경영을 통해 지역사회의 그늘진 곳을 환히 비추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그는 “장애인, 고령자, 경력단절여성 등 어려운 여건에 있는 취약계층도 사회적 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 많은 것을 이뤄내고 있다”며 “이들과 함께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며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성장해 나가는 기업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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