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김동원)에 대한 첫 재판이 2일 열렸는데, 김 씨를 기소한 검찰의 한심한 행태로 인해 재판이 아니라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미 1년 전인 지난해 5월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교적 혐의를 특정해 수사 의뢰했음을 고려하면, 그동안 진행된 수사도, 재판 준비도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미 ‘부실(不實) 수사’ 자체가 수사 대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날 재판정 상황은 검찰과 경찰의 직무유기 심증을 더 굳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첫 공판에서 담당 판사가 공소의 핵심인 댓글 조작에 이용한 ‘매크로 프로그램’의 작동 원리를 물었지만 검사는 “수사 중이어서 다음에…”라며 답변하지 못해 개탄을 자아냈다. 또, 경찰이 휴대전화 133대를 뒤늦게 분석하는 바람에 증거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증거 목록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했다. 검사가 또 추가 수사를 통해 ‘공소장 변경’ 의사를 밝히자 판사는 “추가 기소하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김 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신속한 재판’을 요구했다. 현재 기소된 내용은 ‘경미’하기 때문에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추가 수사 등에 대응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드루킹 수사에는 초기 수사 실패에다 검·경의 책임 떠넘기기,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감정 대립까지 얽히고설켜 있다. 가장 근원적 문제는 권력 핵심과의 커넥션 규명인데, 이미 물 건너간 듯하다. 1년이면 증거 인멸이나 짜맞추기를 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뒤늦게 김경수 의원 휴대전화 압수수색 등에 나섰지만 ‘검·경 핑퐁’으로 실패했다. 경찰이 4일 김 의원을 참고인으로 소환한다. 지금까지의 수사 행태를 보면 유죄 입증보다는 ‘무죄 면죄부 발급’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