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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망해야 보수 정신차려”
오거돈 여론조사서 상대 우위

“선거 가까워지면 보수 뭉칠것”
한국당, 부산서 필승결의대회

“그래도 부산인데 자유한국당 찍어야지예.” “이번에는 저쪽(더불어민주당) 밀어줘야 안 되겠나.”

6·1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부산에서 만난 민심은 혼전 그 자체였다. 부산은 역대 선거에서 ‘보수 텃밭’으로 불려왔지만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오거돈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한국당 후보인 서병수 현 시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대 선거에서도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보수 표심이 결집했던 만큼 승부를 예단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1일 오전 부산역 인근에서 만난 주부 박모(여·62) 씨는 “잘못한 것(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은 잘못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도 썩 잘한 것이 없지 않냐”며 “지금 정부가 보여주기식 정책과 정치 보복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선거가 다가오면 결국 (보수가)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산역 인근에서 튀김집을 운영하는 이모(64) 씨는 “보수가 이번에는 철저히 망해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정권도 바뀌었고 오 후보가 벌써 4번째 도전하는 만큼 이번에는 그쪽을 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 시장과 오 후보는 아직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바닥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특히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화해 무드와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등 최근 잇달아 터져 나온 여권발 대형 변수가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한국당 6·13 지방선거 부산 필승결의대회’가 열린 벡스코에서 만난 서 시장은 “(과거) 북풍(北風)을 이용하면 오히려 선거에서 참패했던 점을 고려해 이번 선거에서도 남북문제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 4년 동안 부산 발전의 기틀을 다져왔고 앞으로 4년의 시간이 더 주어지면 이에 따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이 그런 부분을 잘 알아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택시업계 간담회를 위해 금정구를 찾은 오 후보는 “남북정상회담 성과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적인 쾌거인데 이런 회담 결과를 (한국당이) 폄하하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라며 “남북 교류가 활성화하면 물류 중심 도시인 부산이 결국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중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가 오 후보와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택시기사 김모(59) 씨는 “한국당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만나는 사람들은 다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강세 지역이자 ‘낙동강 벨트’로 불리는 서부산권이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 시장 캠프 관계자는 “서부산권은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온 만큼 최근 우리 측에서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서 시장과 오 후보가 각각 우세가 점쳐졌던 해운대구와 사하구에서 예상외로 고전했던 만큼 이번 리턴매치에서도 두 지역이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