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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 판문점회담 급부상, 왜?

“제 3國보다 역사적 상징성 커
이벤트효과 극대화될것” 예측

北억류 미국인과 동반 귀환땐
11월 중간선거에 ‘최대 호재’

北과 합의 좌초될 경우에도
‘협상장 떠나기’부담 적은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을 5월 말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연달아 언급하면서 ‘역사적 담판’ ‘세기의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판문점으로 전 세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개시된 북핵 협상 프로세스가 예상보다 더 급물살을 타면서 미·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이 부각되고, 이에 따른 이동·경호·시설 등에서 판문점을 대체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게 주요 요인으로 추정된다.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이라는 역사적 요소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3국보다는 이해 당사자인 남북이 얼굴을 맞대고 있는 판문점이 역사적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벤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남북 접경지역인 (판문점) 평화의집·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지속가능한 장소일까”라고 자문한 것도 이 같은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계획했다가 기상 악화로 취소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은 방문하고 싶은 장소인 것으로 파악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승리뿐 아니라 노벨평화상까지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북측으로부터 억류돼 있던 미국인 3명과 귀환하는 장면까지 연출한다면 국제정치와 국내정치 양면에서 금상첨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실적 요인도 ‘판문점 카드’가 부상한 이유 중 하나다. 정상회담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준비 시간이 촉박해진 상황에서 제3국 개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막판 후보지로 압축됐던 몽골 울란바토르와 싱가포르의 경우 전자는 경호 및 시설 미비, 후자는 이동거리 문제가 발목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판문점은 남북 행사에 적합화된 시설인 데다, 인근에 미군 기지 캠프 보니파스가 위치해 경호에도 유리하다. 평양을 주장했다가 미국이 반대하자 ‘1호 열차’로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의 몽골을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진 북한으로서도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월경했던 만큼 부담이 적다. 협상이 좌초했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로 “협상장을 떠나는” 것도 더 쉽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판문점에는 미·북 정상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장소가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면서 “김 위원장에게는 접근성이 용이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경호상 문제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에는 남북정상회담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까지 회담 장소가 “2∼3곳으로 압축됐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뒤 입장을 바꿨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이 문제를 최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논의했으며, 문 대통령을 통해 북한에도 연락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의 극적인 만남 장면 연출로 시각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남북정상회담에 열광했다는 점 등이 판문점 재고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