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어르신들은 젊은이들보다 심·뇌혈관 위험도가 높아 일상생활에서도 질병의 위험신호를 확인할 수 있어 주위의 관심이 필요하다. 장시간 서 있을 때,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어지럽다면 심장혈관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걷거나 운동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다리의 통증이 쉴 때도 느껴지면 말초혈관질환 검사가 필요하다. 자료사진

- 어버이날 맞아 체크해보는 부모님 건강

치과 진료 받아도 잇몸 아플땐
협심증·심근경색 가능성 있어

아침에 일어날때 어지러우면
기립성 저혈압·부정맥일수도

쉴 때도 다리 통증 있는 경우
말초혈관질환 검사 받아봐야

손 둔해지고 눈 잘 안보일땐
뇌졸중 경고증상 생각해봐야

가정의 달, 5월이다. 올해는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이 연휴로 한데 묶여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자녀는 물론 부모님에게 관심을 가지고 선물을 드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부모님의 건강 상태 가운데 심장혈관과 뇌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모님이 평소 하시는 말씀을 유심히 살펴보자. 노인들이 흔히 노화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무심코 넘기는 증상들이 어떤 질환에서는 병의 위험신호일 수 있다.

혈관 질환은 예방이 중요하며 실제로 병이 생긴 후에는 너무나 큰 희생을 겪어야 한다. 부모님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자녀가 건강상태를 꼼꼼히 점검하는 방법은 매우 훌륭한 효도에 속한다.

◇의욕 없고 짜증이 난다 = 노년기 정신건강을 해치는 주범은 첫째 우울증이다. 우울감과 우울증은 다르다. 우울감은 기분이 침체되고, 의욕이 없고, 짜증도 나고, 입맛도 없다가 며칠 지나면, 다시 평상시로 돌아갈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증세가 보름 이상 지속되거나 거의 매일, 또 종일 우울감이 이어지면 이때는 우울증이라고 한다. 원인은 우리 몸의 활동, 의욕, 수면, 식욕, 사고 등을 관장하는 뇌 호르몬(신경전달물질)의 부족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 호르몬은 점차 줄어든다. 치료는 대개 호르몬을 높여주는 약을 사용한다. 중요한 점은 약은 우울증 치료와 재발 방지에 3분의 1 정도밖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3분의 2 정도는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 수면 습관이다. 특히 햇볕을 받으면서 하는 운동은 더욱 효과가 크다.

◇숨이 차고 기력이 없다 =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심장질환은 흉통이 전형적인 증상이지만, 노인이나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는 흉통 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노인들은 기력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안 되고, 갑자기 숨이 차다고 하면서 쓰러질 수도 있다. 또 턱과 잇몸이 아파 치과 진료를 받았음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을 의심할 수 있다. 허혈성 심장질환에서의 방사통(원인 부위의 먼 곳에서 나타나는 신경 압박현상)은 왼쪽 어깨 및 겨드랑이 부분으로 이어지는 것이 통상적인데, 가끔 턱이나 목 혹은 등으로 퍼지는 때도 있을 수 있다. 가슴이 아닌 다른 부위의 통증이 발생하더라도 증상을 간과하지 말고 의사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기침만 오래간다 = 고열, 인후통, 콧물, 전신 쇠약 등 감기의 증상은 없으면서 기침만 지속된다면 심장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심부전 같은 심장질환의 경우 마른기침과 천명(쌕쌕거리는 소리)을 동반할 수 있다. 심부전이란 심장이 몸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내보내지 못하는 증상이다. 심부전증에서 발생하는 기침은 대체로 마른기침이며, 잠자는 중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경우 흉부 X선 검사와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앉았다 일어나면 어지럽다 = 어지럼증의 원인 중 가장 흔한 원인은 귀의 전정기관이 문제이지만, 기립성 저혈압이나 부정맥도 어지럼증이 흔히 나타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장시간 서 있을 때, 혹은 화장실에서 소변이나 대변을 보다가 갑자기 속이 메스껍거나 어지럽고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쓰러지는 경우가 기립성 저혈압의 대표적인 예다.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하면 옆으로 누워서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증상이 회복된다. 이때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이뇨제나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은 금지해야 한다. 부정맥은 맥박이 너무 빠르게 뛰거나 느리게, 불규칙하게 뛰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데, 증상이 자주 재발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잘 안 먹어도 체중이 는다 = 발이나 발목 등 하지에 부종이 있거나, 몸이 붓고 체중이 급격히 증가한 경우 심부전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표적 원인으로는 허혈성 심장질환, 고혈압, 부정맥, 심장판막 질환, 선천성 심질환, 심근증, 바이러스 감염과 당뇨 등이다. 심부전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때도 있지만 급격한 체중 증가, 피로감, 목의 혈관들이 불거져 나오는 경정맥 팽창, 누웠을 때 심해지는 호흡곤란, 식욕부진 등이 흔한 증상이다.

◇다리가 찌릿찌릿 = 심장이나 뇌뿐만 아니라, 팔·다리·목의 혈관에서도 동맥경화로 혈관이 막힐 수 있다. 막힌 혈관으로 인해 근육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걷거나 운동할 때 특히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특히 65세 이상에서는 걸을 때 다리 통증이 있거나 쉬는 상태에서도 다리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말초혈관질환이 있는지 검사가 필요하다. 말초혈관질환을 자가 진단하는 방법은 본인의 손목, 무릎 뒤, 발등, 발 안쪽 복숭아뼈 아래의 맥박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맥박이 약하거나 박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손에 감각이 떨어진다 =‘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다. 오랫동안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고지혈증을 앓았거나 흡연을 했다면 주의를 기울여 살펴야 한다. 뇌졸중의 경고 증상으로는 한쪽 팔다리를 갑자기 못 쓰다가 정상으로 되돌아오거나, 얼굴이나 손 등의 감각이 둔해지고, 저리며 시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말을 못하거나, 시야가 컴컴해지고, 한쪽 또는 두 눈이 잘 보이지 않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고, 빙글빙글 돌면서 어지러운 느낌이 들어도 뇌졸중을 생각해 봐야 한다. 다른 질병이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에 뇌졸중의 전조 증상으로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원인 파악을 위해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계산을 못 한다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부모님의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졌는지, 계산을 못 하는지, 사람을 잘 못 알아보는지, 성격이 변해 예전보다 말을 안 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많이 하는지, 괜히 화를 내는 일이 많아졌는지를 유심히 관찰한다. 본인이 직접 관찰할 수도 있지만, 평소 부모와 함께 사는 친척·이웃에게 물어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외출했다가 집을 찾지 못해 동네에서 헤맨 적이 있거나, 이유 없이 사람을 헐뜯고 의심한 적이 있었는지 등이 의심 사항이다. 뇌졸중과 관련돼 치매가 생길 경우에는 운동장애가 흔히 동반되므로, 승용차를 타고 내릴 때 동작이 매우 굼뜨거나 종종걸음의 증상을 보이지 않는지, 얼굴의 표정이 굳어지고, 발음이 부정확해지며, 물이나 음식을 섭취할 때 사레들리는 일이 잦아지는지를 살펴야 한다.

<도움말 주신 분들=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